응급환자 구급차 뺑뺑이‧응급실 표류 더는 방치돼선 안돼 [안기종의 환자샤우팅]

응급환자 구급차 뺑뺑이‧응급실 표류 더는 방치돼선 안돼 [안기종의 환자샤우팅]

글‧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기사승인 2023-04-04 17:38:25
2019년 10월 9일 119구급차로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양산부산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 중인 5살 김동희 어린이가 도착 5~6분 전 수용거부를 통보받았다. 119구급대는 어쩔 수 없이 오던 길을 돌아 22분 만에 부산동아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도착했지만, 뇌사에 빠졌다고 결국 사망했다. 동희 부모는 아들과 같은 제2의, 제3의 억울한 사건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 달라며 국회와 정부에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의무 법제화를 호소했었다. 

6살 (故)김동희 어린이 1주년 기일인 2021년 3월 11일 유족과 환자단체들은 양산부산대병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119구급차로 이송중인 응급 환아 동희 군의 수용을 거부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 대해 보건복지부 조사를 통한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의무를 강화한 개정 응급의료법(일명, 동희법) 시행

이러한 노력으로 김성주 국회의원이 발의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의무와 수용 불가능 시 사전 통보의무 그리고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방법·절차를 명확하게 법정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기관 수용곤란 관리체계 마련 협의체’를 구성해 119 구급대 및 응급의료기관 현장에서 이행 가능한 수용곤란 기준, 방법, 절차를 검토해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을 만들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의무가 강화된 개정 응급의료법은 2022년 12월 22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서비스의 재도약으로 전국 어디서나 최종치료까지 책임지겠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추진할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2023년 3월 21일 발표했다.

대구 7개 병원에서 수용 거부해 구급차 뺑뺑이 중 사망한 10대 여학생 사건

최근 응급의료가 화두(火斗)다. 매일신문에서 단독 보도한 응급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사망한 대구 추락 10대 청소년 사망사건과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응급의료 탐사기획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시리즈 보도를 계기로 국민의 응급의료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대구 추락 10대 청소년 사망사건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목격되는 응급의료 현실이다. 지난 3월 19일 오후 2시 15분경 대구에서 17세 청소년이 4층 높이 건물에서 추락했다. 목격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가 발목과 머리 등을 심하게 다친 청소년을 구급차에 태우고 약 2시간 동안 치료해줄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권역외상센터를 포함해 7개 병원 모두 병상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구급차에 실려 2시간 동안 7개 병원을 표류한 여학생은 결국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에 이송되었으나 오후 4시 54분경 사망했다. 

이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뜨거워지자 보건복지부는 대구시와 공동조사단을 꾸려 환자의 이송 단계부터 사망 시까지 119구급대의 응급의료기관 선정, 병원별 환자 수용 거부 사유, 전원 과정 등에서 부적절한 대응이나 법령 위반이 없었는지 진상 조사를 시작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신속히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정비하도록 정부에 요구까지 했다.

응급환자와 유족을 대신해 그 울분을 세상에 샤우팅해 준 동아일보 탐사보도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들이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떠돌다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현장을 취재한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시리즈는 지난 3월 27일부터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구급차 뺑뺑이’나 ‘응급실 표류’와 같은 응급의료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는 상징적인 상황을 환자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119구급대, 의료진 각각의 관점에서 시청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정확한 문제의 인식과 해법의 방향까지 함께 제시하고 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들이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떠돌다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현장을 기획 취재한 후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주제로 시리즈 탐사보도를 했다.

응급환자는 골든타임 내 치료할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에 도착하면 대부분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응급환자 발생 신고가 들어와 119구급차가 신속히 출동해 이송을 시작하더라도 치료할 응급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표류하다가 사망한다면 이보다 안타깝고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응급의료 관련해서는 피해를 입은 환자나 유족은 거의 말이 없다. 왜냐하면 환자는 이미 죽어서 말이 없고, 유족은 응급이라는 방탄 수식어와 의료에 대해 잘 모르는 문외한(門外漢)이기 때문에 말이 없다. 이번 동아일보의 응급의료 탐사기획 보도는 말이 없는 환자와 유족을 대신해 그 울분을 세상에 샤우팅 해 주었고, 정부에 그 해결을 촉구해 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필수의료 관련 재정투입과 의사인력 확충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추진 의지가 핵심 

현행 응급의료체계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몇 가지 해결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119구급대가 응급환자를 이송할 최선의 첫 번째 응급의료기관을 신속히 선정하기 위해 구축된 응급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구급대원이 한국형 병원 전(前) 중증도 분류(Pre-KTAS)에 따라 이송병원을 선정하는 시범사업이 현재 진행 중이지만 응급환자의 중증도를 정확하게 평가해 이송하기 힘든 현실적·제도적 문제가 있다. 응급의료기관의 인력·병상·장비 등에 관한 정보도 실시간으로 제공되지 않아 중증 응급환자의 경우 구급대원이 일일이 개별 응급의료기관에 전화해서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서비스의 재도약으로 전국 어디서나 최종치료까지 책임지겠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추진할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2023년 3월 21일 발표했다.

둘째, 응급의료기관의 과밀화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야간·심야·주말에 발생하는 경증 응급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가지 않아도 치료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전달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경증 응급환자가 의료비도 비싸고 중증 응급환자로 인해 대기기간도 길 수 밖에 없는 권역응급의료기관 이용을 선호할 리 없다. 셋째, 응급실은 도착순서가 아니라 중증도 순서에 따라 치료받는다는 대국민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 지하철 객석에 경로 우대석이나 임산부 배려석을 별도로 마련해 놓으면 대부분의 일반 승객은 이 자리를 이용하지 않는 것처럼 응급실 이용에 관한 중·장기적인 인식 개선 대국민 캠페인과 응급실 내부에 이용 안내 관련 공공 디자인 적용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넷째, 응급의료는 언제 응급환자가 발생할지 모르는 불예측성과 응급의료과 이외 배후에 여러 진료과와 결합해야 최선의 치료가 가능한 상호협동성 그리고 이태원 참사처럼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한꺼번에 많은 응급환자가 몰릴 수 있는 단기혼잡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므로 대기하는 의료 인력이나 병상에 대한 재정 투입에 정부는 인색하면 안 된다.

다섯째, 응급의료의 가장 큰 문제는 의사 인력의 부족이다. 특히,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일할 응급의료 관련해 여러 필수 진료과 의사인력의 확충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므로 이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여섯째, 응급의료 관련해 5년간 추진되는 ‘응급의료 기본계획’이 벌써 4차가 진행 중이고, 2016년 응급 환아 김민건 군 13개 병원 전원 거부 사망사건, 2019년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과로사사건, 2019년 응급 환아 김동희 군 권역응급의료기관 수용 거부 사망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각각 협의체까지 구성해 응급의료체계 개선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그런데도 이러한 응급환자 구급차 뺑뺑이와 응급실 표류 현상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 부족 때문이다. 이제는 응급의료체계 개선 대책 마련보다 필수의료 관련 재정 투입과 의사 인력 확충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추진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이기도 하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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