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지켜보던 당 관계자가 한 말이다. 3.8 전당대회가 역대급 흥행몰이를 한 것과 달리 조용한 분위기다. 누가 되든 ‘친윤석열계 원내대표’라는 점이 흥행 실패 요인으로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오는 7일 주호영 원내대표 뒤를 이을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구도는 수도권 4선인 김학용 의원과 대구경북(TK) 3선의 윤재옥 의원 간 2파전으로 압축됐다. 이들은 후보 등록일인 지난 5일 등록을 마쳤다.
두 후보는 모두 친윤계 인사로 꼽힌다. 김학용 의원은 지난해 대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 선거 당시 윤 대통령과 합동 유세를 펼쳤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알려진 권성동, 장제원 의원과도 친분이 깊다. 윤 의원 또한 원조 친윤계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선대본부 상황종합실장을 맡아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
앞서 지난달 열린 당 대표 선거의 뜨거운 열기와 달리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미지근한 편이다. 치열한 물밑 경쟁이 이뤄졌던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와도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시 선출 과정에서는 당내 최다선인 주호영 원내대표의 ‘추대론’ 분위기 속에서 입당 9개월 차인 이용호 의원이 40%를 얻으면서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원내대표 후보군 성향이 친윤이라는 점이 ‘흥행 불발’ 요인으로 거론된다. 민심이 아닌 당정일체, ‘원팀’에만 집중하다 보니 역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민의힘 당원이 된 박모(64)씨는 “지난 전당대회는 후보들이 친윤·비윤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싸우는 것을 관전하는 재미가 있었다. 누가 당선될지 추측하는 것도 묘미”라며 “그런데 이번 원내대표는 누가 되도 친윤 아닌가.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을 수 밖에 없다”라고 했다.
원내 사령탑마저 친윤 일색으로 채운 것이 향후 패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정관계가 수직적으로 설정돼 정치적 확장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큰 탓이다. 대통령실의 장악력이 커질수록 원내대표의 ‘정치적 무대’가 좁아진다는 것이다. 차기 원내대표가 당 대표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야당과의 협상에서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하는 원내대표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현재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친정 체제’로 완전히 변했다. 다양성이 인정돼야 되는데 당정 관계가 획일화된 상태”라며 “원내대표가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짚었다.
이어 “어떤 후보가 원내대표로 당선되든 총선 정국까지 정치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확률이 높다. 대야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출마를 고심하던 윤상현 의원이 불출마를 택한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윤 의원은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을 혁신·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되는데 당 전체가 대다수 친윤이라 동력이 없다. 나서는 게 별로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내대표 선거 분위기 및 판세에 대해서는 “당 대표 선거가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예상대로 끝났다. 국민들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통합적인 힘을 가진 인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