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고시원·지하층 거주민 주거안정을 위해 5000만원까지 무이자로 빌려주는 첫 날이지만 현장은 냉랭했다.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난무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은 국토교통부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후속조치에 따라 전날(10일)부터 ‘비정상거처 이주지원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신청을 받고 있다.
침수우려가 있는 지하층이나 고시원 등에 3개월 이상 살며 소득요건을 충족한 무주택 세대주면, 심사를 거쳐 최대 5000만 원을 무이자로 빌려준다. 대출기간은 2년이지만, 2년 단위로 4회 연장이 가능해 최대 10년까지 지낼 수 있다.
취약계층에게 양질의 주택을 제공하려는 취지인데 정작 현장은 정책에 무관심하거나 지원을 오히려 꺼리는 분위기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정책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정책은 선별된 지역에서만 적용되지 여기선 안 된다”라며 “고시원엔 나이 들고 돈도 적당히 필요한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 솔직히 살만하면 정책에 별 관심이 없다”고 푸념했다. 지출 부담이 적은 고시원 생활을 포기할 만큼 빚을 질만한 동기부여가 작다는 것.
또 다른 고시원 거주민은 “고시원 월세가 저렴한데 뭣 하러 대출을 받느냐”며 “빌려봤자 어차피 빚”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시원에 산다는 건 돈이 없다는 건데 심사하면 누가 대출을 받을 수 있겠으며 지원할 사람도 전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인식은 고시촌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영등포 쪽방 촌에서 20년 이상을 살았다는 어르신도 “결과적으로 빚이다. 금융기관이 이자 장사로 번 돈을 대출해주는 것”이라며 “좋게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상담이나 신청도 한, 두건에 불과할 정도로 극히 드물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좋은 정책이지만 첫 날이라 그런지 상담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영업점에 스스로 알고 찾아오는 분은 거의 없고 보통 행정기관에서 데리고 온다”며 “서울과 경기지역에 들어온 상담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수도권에서는 전세 5000만원짜리 찾기 어렵다”라며 “지방에서는 동사무소나 사회복지사가 동행하면 도와주겠지만 서울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지지 않나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