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쪽방촌 재개발 명암…주거 불안 커진 세입자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 명암…주거 불안 커진 세입자

기사승인 2023-04-13 06:00:41
서울 영등포 쪽방촌.  사진=송금종 기자 

서울 영등포 쪽방촌 정비 사업이 무르익을수록 세입자 고민도 커진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도 새 집으로 이사할 여력이 못돼서다. 6평짜리 단칸방에서 50년을 산 A씨가 만난 이웃들도 하나같이 ‘못 가진 자’다. A씨는 “재정비 사업 얘기는 아직 나온게 없다. (언젠가) 철거되긴 할 텐데 집이 뜯기려면 적어도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세등등하게 입주해도 한 달만 지나면 노숙자가 되고 정부 지원을 받으려고 일부러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곳이 쪽방촌”이라며 “영세민 아파트를 지어도 입주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등포 정비 사업 토지이용 구상안.  영등포구 

본궤도 오른 쪽방촌 정비 사업 

서울 영등포 쪽방촌 정비사업은 영등포구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 시행을 맡은 사업이다. 영등포구 영등포동 일원 9489.90㎡ 부지에 공공분양주택 182가구·민간분양 139가구·임대주택 370가구·청년 및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91가구 등 782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기피시설과 노후화한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 아파트를 세워 도시기능을 강화하고 지역환경을 개선한다는 목적을 품고 있다.

LH는 2020년 7월 공공주택지구 지정 이후 2년여간 주민협의를 거쳤고, 지난해 8월 지구계획 승인·고시와 함께 본격화했다. 보상계획도 공고했다. 

“입주자 적을 것”

영등포 쪽방촌 정비사업은 지난 7일부터 시행된 쪽방·고시촌 등 비정상거처 거주민을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과 유사하다. 무이자로 전세보증금 5000만원을 빌려주듯 세입자에게 보상금을 주고 새 거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수요가 있을 진 미지수다. 빚을 지면서까지 새 아파트에 입주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는 지적이다.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에서 실효성을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다분하다. 

A씨는 “10명 중 4명만 입주하고 6명은 다 나갈 것”이라며 “영세민 아파트를 지어도 생활권 내에 있어야 차비도 아끼고 장사라도 하면서 먹고 살텐데 멀리 지어버리면 결국 못 들어간다. 그게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쪽방 거주민들이 거주조사 내용 부착물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송금종 기자

시행기관 보상협의중 

착공을 앞두고 3개 시행기관은 보상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보상계획 공고문을 보면 보상액은 토지보상법에 따라 ‘감정평가법인 등 3인이 산정한 감정평가액 산술평균치’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현금과 채권으로 보상하며 보상 시기는 개별 통지된다.

보상계획엔 △토지소유자를 위한 대토용지 △건축물 소유자를 위한 공공분양주택을 지구계획에 반영하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SH 관계자는 “3개 기관이 보상에 착수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며 “협의를 마치는 대로 보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상이 마무리되면 착공과 함께 쪽방 거주자를 위한 임시거처도 마련된다. LH는 임대주택 건설기간 중 쪽방 거주자 둥지 내몰림을 막기 위해 ‘선이주 선순환’ 방식을 채택했다. 임대주택이 완공되면 쪽방 거주자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사를 한다. 착공은 이르면 내년에 시작될 전망이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2026년으로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올해 착공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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