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생산자 물가가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이 확대되는 가운데 지나친 금리 인하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보다 0.5%p(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최대 폭의 하락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PPI는 2.7% 증가했다.
도매상의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PPI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PPI가 3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는 것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황 해소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 진다.
이에 앞서 발표된 CPI도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미국 노동부에서 발표된 3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5.0%로, 직전월(6.0%)보다 1%p 낮았다. 또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에 제시된 5.22%를 밑돌았다.
고용시장도 인플레이션 둔화를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9000건으로 전주 대비 1만1000건 늘었다.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시장 전망치(23만2000명)도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이에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이 다가왔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과도하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다. 주로 국제유가 급락을 반영한 에너 지 물가 하락 영향”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고 있지만, 아직 탄력적인 물가 둔화와 금리 인하에 베팅할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반기에는 서비스 물가, 하반기에는 상품 물가 둔화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아직 금리 인하에 “베팅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임 연구원은 “이번 지표도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근원 물가 상승세는 유지되고, 여전히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면서 “서비스 물가 둔화가 더디고, 급락했던 유가가 재차 상승 중이며, 하반기에는 상품 물가 기저효과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반기에는 서비스 물가, 하반기에는 상품 물가 둔화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 높고, 이를 감안하면, 물가가 금리 인하를 기대할 만한 수준으로 낮아지는 시기는 빨라야 4/4분기일 전망”이라며 “아직은 금리 인하와 탄력적인 물가 둔화에 베팅할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