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원가에 배포된 ‘마약음료’에는 한 병당 3회 분량의 필로폰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범행이 중국의 한 보이스피싱 조직 근거지에서 계획한 것으로 보고 조직 상층부를 검거하는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일 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발생한 마약음료 사건과 관련해 이를 직접 제조하고 서울로 전달한 피의자 7명을 검거하고 이 중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송치된 피의자는 중학교 동창인 이모(25)씨의 지시를 받아 마약음료 100병을 제조해 알바생 4명에게 공급한 길모(25·구속)씨,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 전화번호를 국내에서 변작한 중계기 운영업자 김모(39·구속)씨, 길씨에게 필로폰을 전달한 마약 공급책 박모(35·구속)씨다.
경찰은 특히 길씨에겐 마약음료를 제조해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마약류관리법위반 등) 학부모 협박 혐의(공갈미수), 필로폰으로 사람을 사실상 다치게 했다는 데서 특수상해 및 특수상해 미수죄도 적용했다.
경찰은 또 범행에 가담한 피의자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이들은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약음료를 제작·공급한 길씨는 국내 판매 중인 중국산 우유에 필로폰을 섞는 방식으로 음료를 만들었다. 이 음료 한 병에는 0.1g의 필로폰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보통 필로폰 1회 투약분인 0.03g의 3.3배 수준이다. 마약 투약 경험이 없는 미성년자에겐 급성 중독이나 기억력 상실 등 신체적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한다.
마약음료 시음 피해자는 현재까지 총 9명이다. 제조된 마약음료 100병 중 학생들에게 18병이 배부됐고 학생 8명과 학부모 1명이 마셨다. 4명은 받기만 하고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나머지는 계속 조사 중이다. 미개봉된 마약음료 36병은 경찰에 압수됐고 알바생 2명이 각각 1개씩 음용했다. 경찰은 나머지 44개는 폐기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이씨가 지난해 10월17일 중국으로 건너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의심한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 가담한 이씨가 특정 합숙소, 콜센터 등에서 범행을 모의했다는 진술을 피의자에게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중국의 윗선 검거를 위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 및 현지 중국 공안당국에 국제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한국 국적인 이씨는 여권 무효화 조치도 밟고 있다.
안동현 마수대장은 “중국도 마약범죄를 중하게 보고 있고 그간 상호 공조를 통해 (범죄자를) 송환한 전례가 있기에 이 건에 대해서도 협조가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