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를 완화하자 증권사들이 비대면 자녀 계좌개설 서비스를 봇물처럼 출시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미래에셋증권이 관련 서비스를 출시했고, 여타 증권사들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소비자의 불편 해소를 위해 출시된 비대면 자녀 계좌개설을 직접 이용해 봤다.
실패와 성공을 반복한 혼돈의 1시간
휴대폰과 신분증만 들고 NH투자증권의 비대면 자녀 증권 계좌 개설을 시작했다. 증권사는 수익 일부가 농민 지원이라는 사회적 목적에 활용된다는 점을 고려해 NH투자증권을 선택했다. 일반 독자는 거래 수수료나 이벤트 혜택에 따라 증권사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비대면 가입의 시작을 위해 일단 모바일 앱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NH투자증권 ‘QV’앱을 깔자 바로 계좌개설 안내가 등장했고, 계좌개설을 클릭하자 개설할 계좌의 종류를 선택하는 화면으로 넘어갔다. 계좌 종류는 종합매매부터 CMA, 개인형IRP, 연금저축, 중개형ISA, 청년형장기펀드 등 다양했는데 종합매매를 선택했다.
다음으로 본인거래 확인 절차가 진행되는데 여기서부터 이상함을 감지했다. 자녀의 증권 계좌 개설이 아닌 부모의 계좌개설 절차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계좌 개설 절차를 중단하고 처음부터 다시 확인을 거쳤다. 그 결과 ‘MY․고객센터’ 탭에서 자녀계좌계설 메뉴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까지가 자녀 비대면 계좌 개설의 1차 실패였다.
자녀 계좌 개설 메뉴를 클릭하고 시작한 2번째 시도는 로그인에서 막혔다. 자녀 계좌 개설을 위해서는 로그인이 필요하다는 안내문이 계속 등장했지만 회원가입 메뉴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에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비대면 자녀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의 계좌가 있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부모가 자녀의 대리인으로 거래하는 만큼 부모의 계좌가 필수라는 설명이다.
별도의 부모 계좌 개설 안내도 받았는데 안내는 ‘QV’앱 대신 나무증권 모바일앱을 바탕으로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3번째 시도는 나무증권 모바일앱을 통해 진행했다. 나무증권 모바일앱을 설치하고 부모의 계좌개설부터 시작했다. 앞에서와 동일하게 개설 계좌의 종류를 결정하고 주소, 직업 및 직장 정보, 개설 목적 등을 입력하고 신분증 촬영과 타계좌 1원 입력 등을 통한 본인과정을 거쳐 부모계좌 개설에 성공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대략 30분 정도다.
부모 계좌 개설에 성공하면서 드디어 자녀 계좌 개설에 들어갔다. 자녀계좌 개설에 들어가면 전자지갑에 가족관계증명서(상세)와 기본증명서(상세)를 준비하고 전자지갑에서 발급받은 증명서를 NH투자증권에 보내는 법을 설명하는 동영상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24’앱 설치가 필수다.
이 부분이 다소 난해할 수 있는데 자녀 비대면 계좌 개설을 위해 금융사들은 주민등록번호가 모두 기재된 가족관계증명서(상세)와 기본증명서(상세)를 제출받는다. 제출 방법은 증명서를 발급받을 때 발급방법을 전자지갑으로 설정하면 증명서가 전자지갑에 저장되고, 저장된 증명서를 전자지갑에서 금융사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때 중요한 점은 서류를 금융사에 전송하면 발급되는 ‘문서열람번호’를 꼭 기억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녀 비대면 계좌 개설을 진행할 때 금융사가 문서열람번호를 요구한다.
정부24 앱을 설치하고 문서열람번호를 받기까지 총 40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정부24 앱에서 가족관계증명서(상세)와 기본증명서(상세) 발급도 비대면으로 진행이 가능하며, 별도의 인증서 없이 카카오톡 인증 등 간편인증으로 손쉽게 가능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이 부분을 동영상으로 설명하고 있어 이해가 어려운 이들은 시청해 보는 것도 좋다.
이후 나무증권 모바일앱으로 돌아와 다시 자녀 비대면 계좌 개설 절차를 재개했다. 자녀 계좌 절차는 부모의 계좌 절차와 비슷했다. 자녀의 거래자금 출처를 입력하고, 부모 신분증 확인 및 타계좌 1원 전송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자녀 비대면 계좌 개설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걸린 시간은 1시간에 조금 못 미쳤다.
모든 신청을 마치면 카카오톡으로 안내 문자가 온다. 안내 문자에는 자녀의 계좌개설이 신청됐으며, 제출한 증명서의 승인 이후 계좌입금 및 금융상품 매매가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더불어 결정적인 내용은 승인까지 ‘신청일+5영업일’이 걸린다는 안내다. 승인까지 사실상 한 주가 필요하다는 것. 비대면으로 오프라인 점포를 방문하지 않는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오랜 기간 기다리고 싶지 않은 이들은 점포를 방문해 하루 만에 개설을 마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담당자의 서류 확인 이후 거래가 가능하다”며 “서류 확인은 담당자가 직접 손수 확인해야 하는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대 5영업일이 소요되지만 승인까지 평균 이틀 정도 걸린다”고 부연했다.
자녀 주식 투자 알아두면 좋은 ‘팁’
자녀 주식 계좌로 주식을 매수한다면 증여세 내용을 숙지해야 한다. 현행 세법에서 미성년 자녀에게 증여세 없이 주식을 증여할 수 있는 상한선을 10년간 20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1살부터 10살까지 2000만원 어치 주식을 사주고, 10살부터 20살까지 2000만원을 추가로 매입해 주면 총 4000만원까지만 증여세 없이 주식 선물이 가능하다. 매수한 주식의 시세차익과 배당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더불어 만 19세 이상 성년 자녀의 경우 비과세 한도는 10년간 5000만원이다. 대략 자녀가 30살이 될 때까지 9000만원을 증여세 없이 물려줄 수 있다는 말이다.
단 자녀 명의로 주식을 사줄 경우 비과세 대상이라도 증여 금액을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자녀에게 2000만원을 증여해 별다른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10~20년 후 주식이 1억원 가치로 상승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자녀가 이를 매도해 주택 구입자금에 활용할 때 국세청이 자금출처 조사 등을 조사하고 신고내용이 없다면 1억원이 증여된 것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한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