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공개경고’에 대통령실 “제대로 읽어보라”…긴장감 고조

러 ‘공개경고’에 대통령실 “제대로 읽어보라”…긴장감 고조

러시아 “韓 무기 공급, 반러 적대 행위” 거듭 경고
전문가 “러시아 경제 제재, 넘어설 수 있는 장애물”

기사승인 2023-04-20 11:22:00
윤석열 대통령.   사진=임형택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을 두고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은 분쟁 개입”이라고 경고하자, 대통령실은 “인터뷰 내용을 정확히 읽어보길 권한다”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코멘트하지 않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내용을 정확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한‧러 관계를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과 함께,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등의 사안이 발생한다면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지원할지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대량 학살 등의 상황을 가정하고 한 발언임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만약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과 같이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인도주의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주장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한국이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지 1년여 만에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 의향을 처음 내비쳤다고 해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러시아는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을 ‘반(反) 러시아’ 행위로 간주하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 외무부는 20일(현지 시각)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할 경우 “반러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발표했다. 이는 러시아 대통령실의 입장에 이어 두 번째 경고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한국이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은 분쟁에 대한 개입을 뜻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러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국의 무기 지원이 실제 이뤄질 경우 러시아 내 한국 교민이나 기업 등에 대한 불이익 등 한국에 보복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와의 긴장감이 고조되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해당 발언을 공식 철회하라는 성토가 쏟아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를 국민적 공감대, 심지어 국회의 동의도 없이 대통령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 군사적 지원 가능성 발언을 당장 공식 철회하라”고 질타했다. 

반면 러시아의 경제 제재 등 보복 조치 여파가 미미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20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경제도, 인구 수도 한국이 더 강대국이다. 러시아가 한국을 경제적으로 제재한다는 게 저는 약간 이상하게 들린다”며 러시아의 제재는 “넘어설 수 있는 장애물”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가 ‘살상무기 지원은 없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한 것에 대해서는 정부의 위상을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부장은 “대량학살, 민간인 대규모 공격, 전쟁법 중대위반 이 세 가지일 경우, 무기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이런 것들이 상당부분 전쟁에서 이미 발생했다”며 “지금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상 경제적으로도 10위권 강대국 안에 들고,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하는 정부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렇게 무자비한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묵과할 수는 없다”고 봤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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