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를 주도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민주당은 그의 즉시귀국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당 안팎에선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사과했고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와 초선 모임 ‘더민초’에선 송 전 대표의 조기귀국을 압박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돈봉투 의혹 수사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발언들도 있었다.
박찬대 “검찰 불신은 검찰이 자초”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언론의 돈봉투 의혹 관련 녹취록 보도에 대해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최고의원은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검찰에 대한 불신은 검찰이 자초했다”며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 언론플레이를 통해서 그동안 보여 왔던 불신 행태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은 언론에 보도된 녹음파일이 검찰에서 제공된 것이 아니라고 얘기했다”며 “하지만 내용이 희한하다. 녹음파일은 검찰이 확보한 휴대전화에서 나왔고 휴대전화 주인은 구속 수감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제공하지 않았다면 누가 제공할 수 있겠냐”고 소리 높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통해 야권 일각에서 나오는 ‘검찰이 녹취파일을 언론에 흘렸다’는 주장에 대해 “언론에 보도된 녹음파일이 검찰에서 제공한 것이 아닌데도 검찰에 유출된 것처럼 사실과 다른 주장이 나와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장경태 “50만원,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의원이 300만원 때문에 당대표 후보 지지를 바꿀 가능성이 낮고 전달된 금액이 거창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장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국회의원이 300만원 때문에 당대표 후보 지지를 바꿀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50만원은 사실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이라고 말했다.
여권 인사들은 이 같은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서 “망언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돈봉투 근절 선언 동참 연락을 기다리겠다”며 “300만원이 별 거 아니라고 얘기할 줄은 몰랐다”고 비판했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에 “민주당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돈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번 사태가 사실이라면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다. 민주당과 장 최고위원은 똑바로 반성하라”고 적었다.
정성호 “돈봉투, 밥값‧기름값 수준”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송 전 대표가 이를 알았다면 용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들이 전체적으로 큰 금액이라고 생각하지만 대개 금액이 실무자들 차비, 기름값, 식대 수준”이라며 “그런 구체적 금액을 주고받았다는 것을 송 전 대표가 알았다면 용인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험상 전당대회를 하다 보면 관여하고 보고받을 시간이 거의 없다”며 “(송 전 대표의 귀국에 대해선) 본인이 분명하게 입장을 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그는 “언론에 보도된 돈봉투 의혹에 대해 사과하는 과정에서 돈 사용처를 추측하고 불필요한 얘기를 했다”며 “진의가 달리 해석될 수 있는 말을 한 것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적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