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분열’…대의원폐지에 갈라진 민주당 [여의도 고구말]

‘또 분열’…대의원폐지에 갈라진 민주당 [여의도 고구말]

강경파·친명 중심 ‘대의원제 축소·폐지’ 주장 
비명계 “팬덤정치 강화하려는 꿍꿍이” 반발

기사승인 2023-04-26 06:00:13

‘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 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여파가 대의원제 폐지 논쟁으로 옮겨 붙고 있다. 당내 분열이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강경파·친명 중심 ‘대의원제 축소·폐지’ 분출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대의원제 축소·폐지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의원(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의 전당대회 표 비중이 높아 ‘돈 봉투 사태’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현재 민주당 대의원은 1만6000명~1만7000여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전체 권리당원(120만명)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전당대회에서는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의 비율로 표를 반영한다. 대의원 1명의 표가 권리당원 60명에 달하는 권한을 쥐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이번 사건의 원흉을 대의원제로 꼽으며 폐지 촉구 운동에 돌입했다. 민주당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민주당의 구태적인 대의원제도 완전 폐지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25일 오후 3시 현재 2만5000여명의 동의(동의율 50%)를 얻었다. 

다수 친명계도 대의원 폐지에 힘을 실었다. 이재명(친명)계 현근택 변호사는 지난 22일 “대의원제가 유지되는 한 돈봉투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지난 19일 “돈봉투 사건이 사실이라면 대의원제도 탓”이라는 박진영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글을 공유했다. 박 부원장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대표 캠프 대변인을 지낸 바 있다. 비명(비이재명)계가 주류인 대의원제도를 폐지해 이재명 체제를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비명계 “팬덤정치 강화하려는 꿍꿍이” 반발

비명계 사이에서는 반발 조짐이 포착됐다. 대표적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은 2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지금 대의원 제도를 바꿔보자는 얘기가 나오는 게 정말 터무니없는 진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국면을 통해서 이른바 팬덤정치를 강화하자는 의혹을 갖고 있다”며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인데, 돈을 더 많이 뿌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이 권리당원으로 대거 편입됐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도 나왔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밤 YTN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와 인터뷰에서 돈봉투 방지책으로 당내 친명계에서 대의원제 폐지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강성 당원들의 입김을 더 세게 하기 위한 의도”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돈봉투 사건의 본질은 매표 매수 행위를 했다는 점이다. 대의원 제도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는 비겁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꿍꿍이를 생각하는 거 아닌가, 매우 옳지 않은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강성 당원들의 입김을 더 세게 하기 위한 의도가 아닌가 싶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속이 훤히 보이는 얘기”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당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과 함께 엄정한 추가 대처 요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범계 의원은 지난 24일 KBS라디오에서 “이건 자성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실체에 대해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당내 자체 조사기구인 특별조사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고문은 전날 BBS 라디오에서 “(2021년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뿌린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에 나오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육성을 부인하면서 검찰이 정치탄압을 한다고 얘기하면 국민이 믿겠나”라며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이 대표가 출당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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