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 타격’ 꿈의 항암제 ADC… 환자에겐 ‘뜬구름’

‘정밀 타격’ 꿈의 항암제 ADC… 환자에겐 ‘뜬구름’

ADC 시장 2026년 17조원까지 성장 전망
삼성·롯데·셀트리온 등 국내 기업 투자 확대
고가 비용 한계… “보험급여 적용·국산 제품 탄생으로 해결 기대”

기사승인 2023-04-27 06:00:51
쿠키뉴스 자료사진

종양세포만 추적해 사멸시킨다는 항체약물접합체(ADC, Antibody drug conjugate)는 부작용을 줄이고 약물의 효과는 높여 항암제 분야에서 차세대 혁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개발된 3세대 ADC 약물들은 기존 1세대나 2세대보다 항체와 약물의 결합 비율이 발전해 보다 명확한 암세포 사멸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 꿈의 항암제는 환자들에게 ‘뜬구름’일 뿐이다. 투여받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비싼데다 급여 적용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차세대 ADC 항암제로는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있다. 엔허투는 지난 2019년 12월 미국 FDA에서 인간상피세포성인자수용체2(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는 지난해 9월19일 도입됐다. 

엔허투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양성 유방암 △HER2 저발현 유방암 △HER2 양성 위암 및 위식도선암 △비소세포폐암 등에 대한 치료 효과를 갖고 있다. 전체 유방암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HER2 양성 유방암은 재발, 전이가 잘 일어나고 진행 속도가 빨라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허투의 등장은 기존 치료제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고 생존율이 낮았던 혈액암, 고형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됐다. 특히 국내 유방암 환자 약 1200명이 엔허투 사용 가능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정작 임상에서는 투여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싼 약값 때문이다. 

엔허투는 비급여 약값이 연간 최대 1억5000만원에 달한다. 21일 주기로 한 번 투약을 받는데, 1kg당 5.4㎎으로 계산한다. 1바이알(100㎎)당 가격을 230만원으로 측정하면 성인 기준 1년간 억대의 치료비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에 환자들은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해달라는 청원을 지속해서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월까지 2년 연속 국민동의청원에 글을 게재해왔고, 청원동의 5만명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월22일 급여가 결정되는 첫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관문을 넘지 못했다. 위원회는 회사 측에 자료 보완을 요구했다. 환자들은 재상정 결과를 다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다이이찌산쿄는 암질환심의위 재논의를 위한 보완 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더불어 엔허투 약가를 전 세계 최저가 수준으로 제시하고 제약사가 약값 일부를 정부에 환급하는 추가적 위험분담제(RSA)까지 고려하면서 급여 적용을 위한 결단이 담긴 카드를 내놓았다. 아직 3차 암질환심의위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국다이이찌산쿄나 환자, 그리고 ADC 개발 업체 모두 급여 적용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ADC 기술이 접목된 항암제는 혁신적 항암제로 떠오르는 만큼 조 단위의 개발비가 투입되는 의약품이기도 하다. 약값이 ‘억’ 소리 나게 비싼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이번 엔허투 급여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후발주자들에게도 좋은 예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내외 할 것 없이 ADC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다수 기업들이 후보물질 발굴에 집중 투자하며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국산 제품이 탄생한다면 보험 적용 절차가 빨라지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환자에게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가신약개발재단에 따르면 ADC 항암제 시장은 2022년 58억달러(8조원)에서 2026년 130억달러(17조원)로 연평균 22%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2022년 상반기 기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이 연구개발하는 ADC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은 864개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종근당, 한미약품, 안국약품, 삼진제약, 알테오젠 등이 ADC 신약을 개발 중에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일본 다케다의 ‘애드세트리스’, 스위스 로슈의 ‘캐싸일라’, 미국 화이자의 ‘베스폰사’ 등 1세대 ADC 항암제가 급여 적용을 받고 있다. 급여 전에는 1회 투여 비용이 200만~500만원에 달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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