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미를 마치고 주재한 첫 국무회의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은 다섯 개의 기둥을 세웠다”고 총평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섯 개의 기둥은 한미 간 안보·산업·과학기술·문화·정보 동맹을 의미한다.
윤 대통령은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달 24~30일 5박 7일간의 국빈 방미 성과를 공유하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국민에게 국빈 방미 결과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모두발언은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강 국가와 70년 동안 동맹을 맺어왔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며 “한미동맹은 지난 70년간 우리 외교의 중심축 역할을 하면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뒷받침해 왔다. 동맹의 70년 역사는 당연히 주어진 결과가 아니다. 고마운 것이 있으면 고맙다고 이야기할 줄 알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방미에 대해 야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퍼주기 외교’ 비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은 ‘가치동맹’의 주춧돌 위에 안보동맹, 산업동맹, 과학기술동맹, 문화동맹, 정보동맹이라는 다섯 개의 기둥을 세웠다”고 평가하며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 안보동맹은 핵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끌어낸 ‘워싱턴 선언’의 의의를 설명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워싱턴 선언은 기존의 확장억제 강화를 정상 간 문서로 명문화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핵 논의에 특화된 고위급 상설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창설이 이번 선언의 핵심으로 꼽힌다. 양국은 핵협의그룹을 통해 △대북 확장억제 강화 △핵 및 전략 기획 토의 △비확산 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 관리 등을 이뤄나갈 계획이다.
그는 워싱턴 선언을 “안보동맹으로서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강화한 ‘한국형 확장억제’ 실행계획”이라고 규정하며 “한미 간 고위급 상설협의체로 신설된 핵협의그룹(NCG)은 한미간에 일대일로 더 자주 만나 더 깊게 논의한다는 점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기획그룹보다 더 실효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의 막강한 전략 자산들이 우리 대한민국 인근에 정례적으로 가동 배치돼 압도적인 응징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상대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가 아닌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로 미래세대들이 안심하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튼튼한 안보를 구축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방미를 계기로 강화된 경제·안보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국빈 방미에서 유치한 투자에 대해 “저의 이번 방미 기간에 미국의 주요 첨단산업 분야 기업들이 총 59억 달러(7조9000억원)의 대한(對韓) 투자를 결정했으며 양국 기업·기관 간 50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며 “미국 기업의 한국 투자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 과학기술 동맹은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서 청정수소, 인공지능(AI), 양자, 소형원자로(SMR) 등 신흥기술 분야로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미국의 핵심 원천기술과 한국의 첨단 제조 역량이 만나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커다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양국 간 소프트웨어 분야의 협력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영상 콘텐츠 분야 최고경영자(CEO)와의 접견을 언급하며 “이들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투자에 큰 관심과 의욕을 보였다”고 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에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로부터 앞으로 4년간 K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오징어 게임’과 같은 세계적 메가 히트작에서 보듯이 한국 콘텐츠와 미국 플랫폼이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며 “자유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한미동맹은 양국 문화산업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문화동맹으로 발현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 윤 대통령은 △하버드대 연설과 매사추세츠 공대(MIT) 방문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방문 △넷플릭스의 25억 달러(3조3000억원) 투자 △한미 양국 간 인적교류 프로그램 강화 △설립 예정인 우주항공청(KASA)과 미 항공우주국(NASA) 간 공동연구개발 및 인력교류 등 성과를 나열했다.
이어 “청년 미래세대에 더 큰 기회의 플랫폼이 되도록 면밀한 후속 조치를 취해주길 당부한다”며 방미 성과를 이어 나가기 위한 각 부처별 후속 대응을 독려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와 성과는 하나의 시작일 뿐이며, 한미동맹의 영역은 계속 확장될 것이고 양국 국민들의 기회는 더 커질 것”이라며 “이들 다섯 개 분야의 협력이 확대되고 상호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한미동맹’이 구현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이제 정부 출범 1주년이 된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대한민국을 자유와 혁신이 넘치는 더욱 자랑스러운 나라로 만들자”고 거듭 목소리 높였다.
조진수·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