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벨 2번이나 울려” 예견된 SG發 주가폭락 사태

“비상벨 2번이나 울려” 예견된 SG發 주가폭락 사태

개인 전문투자자 조건 완화…2019년부터 급증
증권사 영업 경쟁도 부추겨
한투연 “수차례 뇌관 지적…금융당국 유야무야 넘겨”
“CFD 시장 진입 문턱 높여야”

기사승인 2023-05-03 06:00:32
사진은 본문과 관계없음.  쿠키뉴스 자료사진
금융당국의 차액결제거래(CFD)에 대한 부실한 관리가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발 무더기 주가 폭락사태피해를 키웠다. 두 차례나 전조 현상이 있었는데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전문가는 CFD가 위험성이 굉장히 높은 상품인 만큼 진입 장벽을 높이고,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2일) 금융감독원, 거래소 관계 임원 회의를 열고 CFD 제도 보완에 나서겠다고 했다. CFD는 이번 주가 폭락 사태 진원지로 꼽힌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CFD 제도상 보완 사항을 우선 검토해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선제적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CFD 제도 문제점으로 △실제 소유자는 개인임에도 외국계 증권사 등 기관이 매수한 것으로 표기되고 있는 것 △신용융자와 달리 증권사 신용 공여 한도(자기자본의 100%)에 미포함되는 것 △종목별 매수잔량 등의 공시 미비 △투자자 대부분이 개인 전문투자자라는 점 등을 들었다.

위험도 이익도 큰 CFD…가격변동 이용한 차익 목적으로 매매

CFD는 증거금을 내고 증권사가 대신 주식을 매매해 투자자는 차익을, 증권사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실제 주식을 매수하거나 보유하지 않고도 적은 증거금으로 대량의 주식을 매매한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주식을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투자주체가 노출되지 않아 고액 자산가들이 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FD는 증권사에 빚을 내서 투자하는 구조인데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보증’, 즉 증거금을 요구한다. 현재 CFD의 증거금률은 최소 40%로, 최대 2.5배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주당 100원인 A사 주식에 CFD 투자를 하고 싶다면, 40원만 있으면 된다. 증권사가 나머지 60원을 빌려준다.

만약 주식이 100원에서 120원으로 오를 경우, 평범한 주식 투자자는 100원을 투자해 20원의 수익을 얻는다. CFD 투자자는 40원으로 20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위험도도 높다는 뜻이 된다. 증거금 40원으로 CFD 투자했던 A 주식이 100원에서 60원으로 마이너스(-) 40%가 될 경우, CFD 투자자는 수익률 -100%다. 증권사에 진 빚 60원을 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CFD의 투자위험 등급은 1등급(초고위험)이고 고난도금융투자상품에 속한다. 


개인 전문투자자 조건 완화·증권사 영업 경쟁…빠르게 큰 CFD 시장

CFD 시장은 최근 빠르게 커졌다. CFD 거래 잔액 규모는 2017년 2000억원→2018년 7000억원→2019년 1조2000억원→2020년 4조8000억원→2021년 5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CFD를 거래할 수 있는 개인전문투자자 숫자도 늘었다. CFD는 레버리지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금융투자상품에 관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투자의 위험감수 능력이 있는 전문투자자에 한해 거래가 가능하다. 지난 2019년 개인전문투자자 지정 요건이 완화된 게 결정적인 계기였다. 개인전문투자자는 2019년 말 3330명에 불과했지만, 2020년 말 1만1626명, 2021년 말 2만4365명으로 증가했다. 2021년 기준, CFD 전체 거래대금 중 개인전문투자자가 전체의 97.8%에 달한다.

증권사들도 일반 주식 거래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CFD 서비스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CFD 수수료율 인하, 신규 고객 이벤트 실시 등 공격적 영업에 나서기도 했다. CFD 영업증권사 수는 2019년 말 4개사에서 2021년 말 11개사로 늘어났다. 
금융감독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유야무야 넘어가” 금융당국 질책도…“시장 감시 시스템 고도화 필요”

금융당국도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 금감원은 수차례 보고서를 내 CFD 시장 성장 위험성을 우려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를 통해 CFD 시장 성장은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을 증가시키고, 개인투자자 손실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가능하다고 짚었다.

금융당국이 안일한 태도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개인투자자들로 구성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1일 성명문을 내 “2020년 코로나19 때 코스피가 1457까지 내려가 CFD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2021년 ‘빌 황 사태’로 다시 CFD가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여론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투연은 “이미 2번의 큰 비상벨이 울렸음에도 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유야무야 넘긴 게 결과적으로 이번 SG 사태를 불러왔다”고 비판하며 “자본시장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갈때까지 CFD 상품 완전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CFD는 원금 이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상품이다. 이론적으로는 100배 이상도 손해볼 수 있다”며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사람만 투자가 가능하도록 진입·판매 규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미국과 홍콩에서는 개인의 CFD를 막고 있다.

이 실장은 또 “CFD가 조세 회피 목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은 CFD를 자금세탁방지 의심거래 보고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과거에는 단기간 급등락하는 패턴만 거래소 시장 감시시스템에서 탐지했지만 이제는 불공정거래 행위가 갈수록 지능화, 고도화되고 있다. 이번처럼 장기간에 걸쳐 시세조종이 일어난 것도 탐지할 수 있도록 시장 감시 시스템 고도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빌 황 사태

2021년 3월 한국계 미국인 투자자 빌 황이 운용하는 미국 헤지펀드 아케고스캐피털은 CFD 계약을 통해 보유자산의 5배가 넘는 500억달러를 주식에 투자했다. 그가 투자한 주식이 폭락해 증권사들이 담보 주식을 매도(블록딜, 200억$)해 CFD 거래를 강제 청산했고 고객과 금융사들이 총 12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사건을 말한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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