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경기 둔화의 여파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중은행의 부실 대응 여력이 1분기 소폭 하락했다. 은행들이 보유한 부실여신에 비례해 쌓아둔 충당금 비율이 하락한 상황이다. 특히 6대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의 대응 여력 감소가 두드러졌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6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기업)의 1분기 평균 NPL 커버리지비율은 224.4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227.68%에서 3.21%p(포인트) 소폭 하락한 수치다. 은행은 여신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구분한다. 고정 이하 여신은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여신을 말하며 부실채권(NPL)이라 부른다. NPL 커버리지비율은 고정 이하 여신 대비 충당금을 쌓아둔 비율을 말한다. 예컨대 고정이하 여신 1000억원에 충당금 2000억원을 적립해 놓았다면 NPL 커버리지비율은 200%로 계산된다.
은행별로 보면 6개 시중은행 중 국민‧하나‧우리‧기업은행 등 4개 은행의 NPL 커버리지비율은 1분기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256.7%에서 1분기 말 264.7%로 상승해 6개 시중은행 가운데 부실 대응 여력이 가장 높았다. 뒤이어 국민은행(259.4→263.9%), 하나은행(227.3→230.4%), 기업은행(148.5→150.6%)도 NPL 커버리지비율이 오르기는 마찬가지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여타 은행의 NPL 커버리지비율이 상승하는 것과 반대 행보를 보였다. 신한은행의 NPL 커버리지비율은 202.5%에서 191%로 하락했다. 4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유일하게 비율이 200%에 못 미쳤다. 신한은행은 부실채권 정리에 하락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해 1분기 NPL커버리지비율 하락은 다른 해에 비해 올해 1분기 부실채권 정리 물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부실채권 정리 시기가 다소 늦어지면서 커버리지비율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고정 이하 여신이 1분기 빠르게 증가하면서 커버리지비율이 하락한 것으로 밝혔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고정 이하 여신과 충당금이 1분기 함께 증가했지만 고정 이하 여신 증가폭이 층당금 증가폭 보다 더 크면서 비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의 전체 여신에서 NPL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말 0.26%에서 1분기 말 0.3%로 상승했다. 신한은행(0.25→0.28%), 국민은행(0.2→0.23%), 기업은행(0.85→0.91%)의 NPL비율도 같은 기간 올랐으며, 우리은행(0.19%)과 하나은행(0.21%)은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 부실 대응 능력을 강화할 것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에 오는 9월 코로나19 대출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될 경우 부실 여신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올해 1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평균 0.26%로, 1년 전 보다 0.09%p 급등했다.
은행들은 1분기 NPL커버리지비율이 소폭 하락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강조한다. 6대 시중은행의 평균 NPL커버리지 비율은 지난해 1분기 199.8%에서 올해 1분기 224.4%까지 올랐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은행들이 충당금을 많이 쌓아놓고 있다”며 “1분기 소폭 하락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여신 부실이 시스템으로 전이되는 상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