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뿌리 뽑기 위한 후속 대책으로 5대 법안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등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 강도 높은 불법행위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11일 국회에서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건설현장 정상화 5대 법안’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앞서 열린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후속대책 당정협의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당·정은 건설현장의 정상화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뜻을 같이했다”며 “지난 2월21일 정부에서 발표한 불법행위 근절대책의 후속으로 불법행위를 항구적으로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방안에 대해서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국민의힘은 건설현장의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에서 추진 중인 불법행위 근절 후속대책을 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무엇보다 불법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 기반 강화를 위해 건설현장 정상화 5대 법안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개정 법안으로는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계관리법 △채용절차법 △사법경찰직무법 △노동조합법이 해당한다.
불법하도급 단속 특사경 도입…처벌 수위 강화
우선 특사경을 도입해 불법행위 단속력을 강화한다. 건설현장에 대한 전문성과 수사 권한을 갖는 특사경 도입으로 불법행위에 대한 상시 단속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특사경으로 투입되는 경우, 불법 하도급 등 사측 불법 행위와 부당금품 수수, 공사방해, 채용 강요 등 노측 불법 행위를 수사 가능하다.
불법하도급에 대한 처벌수위도 대폭 강화한다. 불법하도급이 적발되면, 등록처분을 말소하고 원·하도급사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현재 징역 3년)를 높이기로 했다. 감시 효과를 내기 위해 민간공사에서는 감리에게 하도급 적법 여부에 대한 관리 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공사비 절감 등을 위해 불법을 단행하는 구조적 모순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고포상금 제도도 마련한다. 건설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강요할 경우 제재 수준을 과태료에서 형벌로 바꾸고, 불법 하도급 처벌도 강화한다.
건설 전 단계 영상 기록 의무화·타워크레인 조종사 표준계약서 도입
24시간 현장을 감시할 수 있는 점검 체계도 구축한다. 현행 공사단계별 영상기록은 의무사항이지만 단편적 기록에 불과해 영상기록을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당정은 공사 전 단계에 대한 영상기록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안전운행과 사고 원인 자료 확보를 위해 타워크레인 작업을 실시간 기록하는 스마트 작업기록장치도 도입할 예정이다.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합법적 근로계약 체결을 위한 운영 체계도 개편한다.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하청업체로부터 계약과 무관한 작업을 별도로 지시받고, 하청업체는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현재 관행을 개선한다. 근로시간과 비용부담 주체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표준임대차계약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당정은 연말까지 운영체계 개선 합의안을 도축, 타워크레인 표준임대차 계약서를 마련할 계획이다.
외국인 고용 규제 손질·임금 체불 방지
건설현장의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고용 규제도 손질한다. 현행 건설현장에서는 외국인 채용에 제약이 많았다. 4년10개월 근무 후 출국해야 하고, 6개월 경과 시 재입국이 가능해 숙련인력 활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1개 현장 불법인력 적발 시 전체 사업장에 고용제한이 걸리는 등 처분이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같은 지적을 반영해 외국인 근로자의 재입국 소요기간이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된다. 고용제한도 전체 사업장에서 당해사업장으로 축소된다.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자 채용 여건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근로자 임금 체불을 막기 위한 전자카드제·대금지급시스템도 도입한다. 전자카드제는 내년부터 1억 원 이상 공공공사, 50억 원 이상 민간공사에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대금지급시스템은 현재 공공공사에 한해 의무 적용 중인데, 내년 하반기부터 민간공사에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방침이다.
박 의장은 “당정은 오늘 발표한 후속대책 외에도 건설현장에서 법질서가 바로 설 때까지 실효적인 종합 대책 강구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검찰과 경찰 참석자들은 변화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수사 동력이 절대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고, 필요하면 현행범까지 체포해 나가서 단속 조치를 실효성 있게 해나가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