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확정 산업은행…서울 금융공기업 “나 떨고있니”

‘부산행’ 확정 산업은행…서울 금융공기업 “나 떨고있니”

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도 물망…금융위·금감원도 유치 계획 나와
금융노조 반발 거세…“지방이전보다 도시집중화 전략 필요해” 지적도

기사승인 2023-05-13 06:00:19
산업은행 제공.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사실상 확정됐다. ‘본사 위치를 서울에 둔다’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만 남은 가운데 ‘2차 공공기관 이전방안’ 발표가 곧 다가옴에 따라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들도 지방으로 옮겨가게 될 수 있어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산은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결정했다고 고시했다. 산업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산업은행 정책금융 역량강화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이전계획안을 다시 금융위원회에 제출하면 산업은행 본점 이전을 위한 행정절차는 사실상 끝나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결정 취지에 대해 “금융 관련 기관이 집적화돼 있는 부산으로 이전함으로써 유기적 연계·협업,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대표 지역균형 발전공약으로 채택됐으며, 이어 같은 해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정과제로 선정된 바 있다. 이번 부산 이전 공공기관 지정에 따라 산업은행은 지난 2005년 공공기관 지방 이전계획에 따른 수도권 잔류기관에서 제외됐다.

다만 행정 절차가 끝난다 하더라도 법안 개정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개정하기 위해 부산시가 한국산업은행의 원활한 부산 이전을 위해 지역 정치권, 시민단체를 구성한 ‘TF팀’을 개설한 만큼 연내 개정안 통과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처럼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가시화됨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금융공기업 유치를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금융공기업들이 지방으로 옮겨갈 경우 지자체들은 세수와 채용 관련한 이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이전으로 인한 신규 부지 개발 등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장·단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또한 정부는 올해 상반기 2차 공공기관 이전방안 발표를 앞두고 있어 지자체들의 유치 움직임이 치열하다. 현재 계획을 보면 정부는 총 360여개의 기관들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표적으로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한국은행 본점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 중이며 금융감독원 유치까지 희망하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산업은행에 이어 금융위원회도 유치할 계획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라남도는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를, 전라북도는 농협중앙회 등의 유치를 원하고 있으며, IBK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을 비롯한 금융공기업부터 한국지역난방송사, 한국공항공사까지 다양한 공공기관이 2차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산업은행 노조를 비롯한 금융노조들은 여전히 지방이전에 반발하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유관기관들에 ‘기관 내부 노사 협의를 통해 이전기관 지정을 신청’하라고 안내했지만, 금융위원회와 산은 경영진은 노조와 어떤 노사 협의도 진행한 적이 없다”며 “균발위가 안내한 절차를 스스로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경영진의 위법·탈법적 행태에 단호히 대항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금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부산이전 발표부터 꾸준한 인력이탈이 이어졌다. 산은 노조에 따르면 산은 퇴직자는 지난 2020년 37명에서, 2021년 46명, 2022년 97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했으며, 올해 이미 31명이 퇴직했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이전이 확실시 된 만큼  다른 공기업도 서울에 있을 명분이 사라진 것 아닌가 하고 불안해한다”며 “다른 금융공기업들도 이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경우 상당수 인원들이 퇴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책은행과 중소기업 역할 연구’ 논문에서 금융공기업은 분산보다는  서울 집중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금융 공기업이 부산으로 옮겨간 뒤 한국의 금융 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졌다”며 “뉴욕과 싱가포르 등 국제 금융선진국들처럼 한 도시 집중화 전략을 통해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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