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인다”…野 ‘원포인트 개헌’ 압박에 커진 의구심

“속 보인다”…野 ‘원포인트 개헌’ 압박에 커진 의구심

李 “내년 총선에 ‘5·18 정신’ 헌법 담는 원포인트 개헌”촉구
與 “불리한 정치상황 덮고 모든 이슈 개헌에 돌리려는 것?”
전문가 “정략적, 속 보이는 주장”

기사승인 2023-05-18 17:10:45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 두 번째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5·18 정신 헌법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놓고 여야 물밑 신경전이 첨예해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에 국면을 전환하려는 정략적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8일 오전 광주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뒤 정부·여당을 향해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내년 4월 총선에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5월 정신의 계승, 자유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약속했던 원포인트 개헌이나 국가 폭력에 의한 국민들의 삶, 생명을 해치는 일에 반성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하지 않는 한 그건 모두 공염불”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전날에도 원 포인트 개헌을 정부와 여당에 공식 제안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할 수 있도록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며 “여야 정치권의 이견도 없고 국민적 공감대도 마련됐다. 윤 대통령이 의지와 일정을 제시만 한다면 여야가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는 신중론을 펼쳤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도,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미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하는 것은 대통령 공약이자 우리 당이 가지고 있는 입장”이라며 헌법 전문 게재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다만 시기와 방식 등을 묻는 질문에는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을 잘 찾아나가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개헌이란 게 쉬운 과정이 아니다. 이왕에 개헌할 거라면 그동안 개헌이 꼭 필요하다고 공감대가 형성된 사항을 종합적으로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제시한 원포인트 개헌에 선을 그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주장에 정파적 노림수가 담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당을 뒤흔드는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보유 논란 등을 잠재우고자 원포인트 개헌 카드를 꺼냈다는 시각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이 시점에 불쑥 ‘원포인트 개헌’을 들고 나오는 것은 불리한 정치 상황을 덮고 모든 이슈를 개헌에 돌리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5.18 정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있어 소중한 자산임이 분명하다”라며 “우리 국민의힘도 반드시 이를 헌법에 담고 계승하기 위해 실천적 방안을 찾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거듭 “개헌을 한다면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필요한 내용을 모두 담아내야 한다”며 “개헌을 논함에 있어 정파적 이익이나 정치적 계산을 앞세운다면 그 자체가 헌법정신을 폄훼하는 행동임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전문가 입장도 다르지 않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의 원포인트 개헌 주장에는 5·18 여론을 이용해 주도권을 선점하고, 정치적 공세를 펼치려는 의도가 깔렸다”라며 “역사적 소명에는 눈을 감은 채 개헌 문제를 가볍게 다루고 있다. 너무나 속 보이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헌 국면이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국정운영에도 차질이 생긴다. 국민들에게 진정 중요한 경제민주화 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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