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공포’ 큰데, 민간 빠진 후쿠시마 시찰단…국민 기대 저버려

‘오염수 공포’ 큰데, 민간 빠진 후쿠시마 시찰단…국민 기대 저버려

시찰단 21명 중 민간 전문가 ‘전무’…정부 관계자만
명단 비공개·언론 동행 취재 불가 방침
야당 정면 비판 “국민적 우려 언급 없어…국민 생명·안전 간과”
최경숙 “일본 어민들도 방류 반대…日 명분 쌓아주기 불과”

기사승인 2023-05-20 06:00:16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시찰단 구성과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9일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파견 일정을 발표했지만, 국민적 우려를 해소할 만한 수준의 내용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시찰단이 민간 전문가 한 명 없이 정부 기관에 소속된 인사들로만 꾸려져 국민적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시찰단 명단도 비공개했고, 언론 동행 취재 등도 불가 방침을 밝혀 확실한 검증을 바라는 국민적 여론과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정부는 19일 브리핑을 통해 오는 21일부터 29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등을 찾아 오염수 처리 과정을 점검하는 시찰단 파견 일정을 발표했다. 22일 일본 관계기관과의 기술 회의를 시작으로 23·24일은 후쿠시마 1원전을 방문해 오염수 관리 실태를 확인하고, 25일에는 현장점검을 토대로 심층 기술 회의를 연다. 

시찰단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총 21명의 정부 기관 소속 전문가로 꾸려졌다. 민간 전문가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실무 협의 때 민간 전문가 참여를 협의했으나 일본에서 안전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고 해 포함되지 않았다”며 “과학적·객관적 검증 등에 주안점을 둔 관련 업무를 해온 이들이 직접 확인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찰단 명단 비공개의 이유에 대해서는 “(명단 공개로) 시찰단 구성원들이 심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고,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한 것”고 부연했다.

야당은 즉각 비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만큼 충분한 검증과 설명이 필요하지만, 민간 전문가를 배제하고 명단마저 비공개한 것을 문제 삼았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어떤 방법으로 검증하겠단 것인지 어떤 협의가 있었는지 등 국민이 궁금하고 우려하는 부분들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특히 오염수의 안전성에 우려를 제기하고 철저한 검증을 요구한 민간 전문가들은 (시찰단 명단에서) 배제가 됐다. 일본에 오염수 방출의 명분을 주는 게 국민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하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추가 논평을 통해 “시찰단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하는데 혹시 국민이 알아서는 안 되는 포함되면 안 되는 사람라도 있는 것이냐”며 “지금이라고 시찰단 명단을 공개하라”고도 첨언했다. 

시민단체들과 국민 다수는 정부 발표에 강한 걱정을 쏟아냈다.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는 19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시찰단 명단을 비공개했을 뿐 아니라 어디를 어떻게 가서 어떤 식으로 검증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조차 내놓지 않았다. 이런 식이면 21명이든 100명이든 아무 의미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주 도쿄에서 열린 일본 내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다녀왔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어민들의 반대를 무마하고자 비공개 면담을 진행하고 하는데 결국 시찰단이 가서 일본 정부의 방류 명분만을 세워주고 오는 꼴”이라며 “결국 국가권력을 앞세운 일본 정부의 반인류적 범죄 행위에 공범이 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핵전쟁 방지를 위한 국제의사기구((International Physicians for the Prevention of Nuclear War, IPPNW)는 지난 15일 일본의 오염수 방류 시도에 대해 “태평양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으로 사용하려는 계획을 중단하라”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전 세계 63개국 국가 의료 단체들로 구성된 초당적인 연합체로 의사와 의대생, 기타 의료 종사자들로 구성됐다. 지난 1985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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