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총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를 맞아 진행한 한 인터뷰에서 “지금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고, 이를 공유하고 연대하고자 이번 14주기 추도식 주제를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로 정했다고 밝혔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 전 총리는 23일 아침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민주주의는 완성이 없다. 시민들이 끊임없이 성찰하고 주체적으로 밀고 나가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언제든 다시 후퇴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2023년 민주주의가 다시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의 우려가 있다. 저도 지금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이 빡빡하고 세상이 어려워지면 (국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는 것 같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원칙과 상식이 무너지고, 민주주의와 역사가 후퇴한다는 우려와 걱정이 커가면서 그가 다시 소환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건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하던 말과 집권 이후 행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표방하는 것과 실제로 국정을 운영이 일치하지 않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임기 초 실시하던 도어스테핑 철회는 다소 아쉽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저도 국무총리 시절 기자들과 상시 토론을 한다 싶을 정도로 소통을 많이 했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소통을 좋게 봤다”며 “다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은 아쉽다. 소통 부재는 정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원래 하던 것을 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정 전 총리는 여야 정치권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여든 야든 국민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면 좋겠다”며 “14주기 추도식에 많은 이들이 올 텐데 여야정치인들이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말로는 당리당략이 아니고 국민과 국가를 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 개인만을 생각하거나 당리당략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며 “국민이 희망을 갖지 못하고 특히 젊은 세대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큰데 이런 문제를 제거하고 희망을 만드는 게 정치다. 과거에 머물러 있거나 현안에만 매몰돼 미래지향적 정치가 이뤄지지 못해 아쉽다”고 비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