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와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불공정거래와 전쟁에 나선 금감원이 최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사안이 증권사의 불법 자전거래 사건입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하나증권에 이어 KB증권에 대한 수시검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증권사들의 불법 자전거래가 무엇이기에 금감원이 불공정거래 첫 대상으로 지목하고 나섰을까요. 통상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주인이 가족이나 지인과 높은 가격에 부동산거래를 하면서 집값을 띄우는 방식으로 자전거래가 이뤄집니다.
증권사들의 자전거래도 비슷한 방식입니다. 고객의 돈을 맡아 관리하는 신탁·랩어카운트 계좌의 수익률을 끌어올리거나 유지하기 위해 증권사가 자사 펀드나 계정으로 자산을 정해진 가격에 매매하는 거래방식을 말합니다. 자전거래를 여러 증권사가 짬짜미(공모)로 진행했다면 연계 자전거래라고도 합니다.
금감원이 검사에 나서기로 한 KB증권의 경우 고객에게 판매한 랩어카운트 계좌에서 금리 급등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메우기 위해 불법 자전거래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하나증권에 있는 KB증권 신탁 계정을 이용해 시장가격이 아닌 장부가격으로 하락 자산을 매입했다는 의혹입니다.
손실이 반영되지 않은 장부가격으로 자산을 매입함으로써 고객 계좌의 손실을 보전했다는 것입니다. 증권사가 고객의 손실을 보전해 줬다면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문제는 이러한 방법이 폭탄 ‘돌려막기식’ 방법이라는 데 있습니다. 처음부터 떨어진 자산가격에 대한 손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를 다른 투자자의 자금으로 메운 상황에 불과합니다.
하락한 자산가격이 조기에 회복되거나 상승한다면 문제가 안 될 수 있지만 자산가격 하락이 지속될 경우 이는 자산 가격의 폭락과 함께 대규모 지급불능사태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금융시스템의 뇌관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증권사가 손실 자산을 자사 펀드나 계정으로 매입해 수익률을 조작하고, 손실은 증권사 자체 자금인 자기자본으로 보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증권사의 기초 체력을 떨어트려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높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금감원은 이에 증권사의 자전거래를 불공정거래로 보고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환매(중도해지)의 경우에 한해서만 일부 허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6년에는 미래에셋증권과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3개 증권사의 불법 자전거래를 적발해 무더기 제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자본시장이 시장의 자율적 기능에 따라 건전한 경쟁환경을 유지해 가기 위해서는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위법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해 엄중한 처벌에 나서겠다는 방침입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자금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금감원이 내부 단속에 나선 모습입니다. 그동안 반복됐던 증권사의 자전거래 문제가 금감원의 의지에 따라 해결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