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1일 국회 정문 앞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단식 농성장을 찾아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약속했다. 6월에 반드시 상임위원회 의결을 마치겠다며 민주화에 공헌한 이들에 대한 합당한 예우도 약속했다.
6·10민주항쟁 기념일을 열흘 앞두고 마련된 자리에서 유족들은 경제적 혜택을 빼도 좋으니 관련법 제정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나선 결과가 ‘빨갱이’ ‘좌익 인사’라는 낙인과 상처뿐이라며 법을 통해 명예 회복을 바란다는 것이다.
민주유공자법은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 이외 민주화 운동 참가자들도 유공자로 지정하자는 것으로 이들의 배우자 및 자녀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국민의힘의 반대로 수십 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6월 내 처리할 방침”이라며 “현재 관련 법안이 정무위에 계류 중인데 심사 과정에서 어떤 점이 조율이 잘 안되는지 세세히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법안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다음번 소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을 의결하겠다고 여당과 합의한 상태”라며 “여당이 유의미한 대안을 제시해 토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선 게 아니라면 6월 내 정무위 전체 회의까지는 통과시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동안 국민의힘은 민주유공자법이 교육·취업 특혜를 포함하고, 또 민주당 의원 자신들을 위한 ‘셀프입법’이라고 반대했다. 그러한 논란을 해소코자 특혜라고 여겨지는 것들은 다 빼버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회적 합의가 안 된 사건도 포함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시행령을 통해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하도록 법안을 설계했다”고 부연했다.
종교계에서도 조속한 법안 제정을 촉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이사장인 홍인식 목사는 이날 간담회에 함께 참석해 “지금의 대한민국 발전과 국제적 위상을 만든 것은 많은 이의 노력 덕분”이라며 “그중에서도 민주화를 위해 이바지한 분들을 인정하는 게 대한민국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교계도 유가족과 함께 농성에 참여하고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태반이 후손도 못 남겨…유공자 혜택받을 이 극소수”
“혜택 포기하더라도 ‘명예’ 찾고파…민주화 헌신했는데 ‘빨갱이’ 낙인 고통”
장현구 열사 아버지 장남수씨는 이날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반드시 민주당이 민주유공자법을 제정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대한 기대감은 보이지 않았으며, “방해나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장씨는 “지난 2021년 여야가 합의해 민주유공자법 제정이 유력했는데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김기현 의원이 갑자기 반대해 불발됐다”며 “이후 약 1년간 매주 목요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면담 요청해도 한번을 안 만나줬다. 지난해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한덕수 총리가 참석했을 뿐 어떤 연락도 방문도 없었다”고 무관심한 국민의힘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반드시 내달까지는 (민주유공자법을) 상임위 통과시켜주길 바란다”며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연말에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이더라도 통과시켜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특히 이들은 민주유공자로 지정되면 받을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을 뺀 법안마저도 환영했다. 최소한의 혜택인데도 반대한다면 과감히 혜택을 빼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강한 의지인 셈이다.
장 씨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이유가 민주유공자 자녀나 후손이 무분별하게 교육 및 취업 지원 혜택받는 것인데 유공자로 지정될 수 있는 분들의 후손이 거의 없다”며 “실제로 혜택받을 대상조차 찾기 힘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보다는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빨갱이’ ‘좌익 인사’ ‘반체제 세력’ 등으로 낙인찍힌 상처와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역설했다.
한편 여야는 지난 1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1소위원회에서 최근 전재수·우원식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민주유공자법 제정안을 다음 회의에서 의결하기로 했다. 다음 소위원회 회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