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고르는 기준 ‘병세권’

내 집 고르는 기준 ‘병세권’

기사승인 2023-06-01 06:00:43
저출산으로 소아과 진료를 받기 어려워지자 소아과 병세권 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송금종 기자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역세권’ 교육시설이 밀집한 ‘학세권’ 모두 좋은 집을 고르는 기준이다. ‘병세권’도 마찬가지다. 병세권이란 ‘병원이 가까이 있어 신속하고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주거지역’이다. 최근 의료계 기피로 소아과 진료받기가 어려워진 만큼, 병세권은 ‘내’ 집 마련 시 필수요건이 됐다. 자녀 계획이 있거나, 자녀가 어릴수록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16개월 자녀를 둔 주부 A씨도 남편 직장을 따라 이사한 동네에 만족해하고 있다. 소아과를 비롯해 종합검진이 가능한 대학병원이 가깝기 때문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의원도 아파트 단지 내에 2곳이나 된다. 의원은 매일 아침 진료를 받으러 온 단지 주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아이가 아프면 대학병원을 이용한다는 A씨는 “저출산으로 소아(청소년)과가 없지 않느냐”라며 “아무래도 부모라면 자녀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쓸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단지에 사는 주부 B씨도 “집을 고를 때 일부러 (병원을) 찾진 않아도 이사한 후에 병원이 주변에 있는지 꼭 확인 한다”고 밝혔다.

DMC래미안e편한세상 아파트 전경. 사진=송금종 기자 

서울소아전문의 2100곳…대단지 아파트에 집중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에 따르면 서울시 소재 소아청소년전문의원은 2100곳이 이상이다. ‘소아청소년과’를 진료과목으로 둔 의원을 더하면 약 4000곳이다. 이중 전문의원은 대단지 아파트에 많았다. DMC파크뷰자이·DMC래미안e편한세상 단지 인근엔 의원이 2곳씩 있다.

단지가 작은 아파트는 비(非)전문의원에 의존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가좌동 경남아파트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인정병원은 산부인과 전문의원이면서 소아청소년과와 내과를 같이 진료한다. 소아청소년과 경우 평일과 토요일 진료시간을 기준으로 대단지 병원 보다 일찍 문을 닫는다. 인근에서 만난 주민은 “아이 진료 때문에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연도별 합계출산율(통계청 기준)은  2000년 1.48명에서 2010년 1.23명, 지난해엔 0.78명으로 떨어졌다. 출생아 수 감소는 전공의 수 감소를 유발하고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줄인다. 주택수요도 소아과 진료가 가능한 지역으로 몰릴 전망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집을 소개할 때 병원을 안내해주면 아이 가진 손님들이 좋아한다”며 “병원이 많아서 좋아하는 분이 대부분이고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이 많은 건 인구가 많고 그만큼 자녀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라며 “병원 입장에서도 운영하는데 도움이 되니 (수요가 많으면) 서로 시너지를 내지 않겠나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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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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