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역전세(전세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현상)가 집값 하락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세 기피현상이 임대인들의 전세가격을 낮추고, 매도 물량 증가까지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집값 하락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보였다.
한국은행은 지난 4일 역전세 위험 가구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한국은행 조사국의 깡통전세·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5.9%(51만7000가구)에서 52.4%(102만6000가구)로 2배 증가했다. 잔존 전세계약 중 깡통전세(전세 보증금이 매매 가격보다 비싼)위험 가구 비중 역시 같은기간 대비 2.8%(5만6000가구)에서 8.3%(16만3000가구)로 3배 증가했다고 집계됐다.
전세시장 불안이 아파트 매매는 증가시키고 전세 거래는 감소시켰다. 지난 국토교통부의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는 2981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83.6%가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비 전세 거래량은 10만2642건으로 19.8%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서울에서 전세비율이 높은 지역의 매매량 상승이 확인됐다. 이광수 부동산 리서치 법인 대표는 리포트를 통해 “최근(지난해 9~12월과 올해 1월~4월 비교)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6배 증가했다"며 "성동구(5.4배), 강동구(5.4배), 강남구(4.4배), 양천구(4.4배), 서대문구(4.4배)등 특히 평균 이상으로 늘어난 지역은 전세비율이 높은 지역”이라며 향후 집값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은행 역시 주택시장 하방압력이 계속될 것이라 예측했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최근 깡통전세, 역전세 등으로 전세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임대인들이 기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해 보유주택을 매도할 경우 주택 매매 가격의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지만 지난해만큼 큰 하락은 없을 것이라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이미 급격한 가격 하락을 겪었다”며 “시장 금리가 안정된 상황이기에 집값은 완만한 연착륙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불황 속에서 집값과 전세값 하락은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역전세는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 전세 고점 계약보다 하락했기에 이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집값 하락은 과장일 거라는 지적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위원은 “현재 매매매물은 종부세, 재산세, 보유세 회피 매물일 수 있다”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