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 잇단 복귀 시도…“과한 특혜” 비판도

전공의·의대생 잇단 복귀 시도…“과한 특혜” 비판도

기사승인 2025-06-23 13:04:46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있다. 곽경근 대기자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병원과 학교를 떠났던 전공의와 의대생들 사이에서 복귀 기회를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들을 위한 학사 유연화 조치는 없을 것이라면서 의료 안정화를 위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 50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병원 및 학교 복귀 의향을 묻는 자체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설문에는 전공의 모집이 재개될 경우 복귀 의향이 있는지, 복귀의 전제 조건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묻는 문항이 포함됐다. 또 필요한 경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표단 교체 등 적극적 행동을 하기를 원하는지 묻고 관련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 집계 결과 설문에 참여한 전공의의 82%가 모집 재개 시 복귀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의대생들의 복귀 의향은 94%였다. 복귀 전제 조건에 대해선 응답자의 과반수가 ‘수련 기간 단축’을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설문을 주최한 사직 전공의 측은 마감 후 설문 참여 인원을 포함한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최근 의료계 커뮤니티에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비대위원장에 대한 탄핵 투표가 진행됐는데, 지난 17일 기준 78%가 탄핵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직 전공의 200여명은 최근 뜻을 모아 서울시의사회에 9월 복귀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새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전협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면서 “대전협은 의협과 더불어민주당 간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았으며 모집에 응하지 말라는 공지 이후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많은 전공의가 의협과 대전협이 사태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일부 사직 전공의들은 여야 정치인들과 만나 직접 대화할 생각이다. 김찬규 원광대병원 사직 전공의 등은 지난 22일 ‘전공의·의대생들에게 듣는 의료대란 해결 방안’을 주제로 열린 대한의료정책학교 주최 대담에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현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오는 24일에는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과 사직 전공의들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의료진이 로비에 걸린 병원 홍보물 옆으로 이동하고 있다. 곽경근 대기자

의대생들은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사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사 유연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을 통해 “여타 단과대학과의 형평성, 이미 내려진 학칙상 조치를 감안할 때 학사적 처분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정부가 여러 차례 특례를 적용했음에도 대다수 의대생이 응답하지 않았는데, 또다시 특례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끝내 복귀하지 않은 의대생들에 대해 각 대학 학칙에 따라 유급 또는 제적 처분을 내린 상태다. 구 대변인은 “정치권 등과 협력하며 의료 안정화를 위해 대응 중”이라며 “새 정부의 의대 정책 기조에 맞춰 대응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를 유도하고자 그동안 수차례 특례 조치를 시행해왔다. 정부는 대한의학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대한병원협회 등 수련 현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지난해 5월 전공의 추가 모집을 허용했다. 당시 대한수련병원협의회가 사직 전공의를 대상으로 복귀 의사를 조사한 결과 약 3000명이 복귀 의사가 있다고 답했지만, 추가 모집 결과 860명만 최종 합격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7월 의대생들의 유급 방지를 위한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에 이어 10월에는 2025학년도 1학기 복귀를 조건으로 제한적 휴학을 허용하는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을 발표하는 등 의대생 복귀를 독려했다. 그러나 각 대학이 지난달 7일 교육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의대 재학생 1만9475명 중 유급 예정 인원은 8305명(42.6%), 제적 예정 인원은 46명(0.2%)으로 집계됐다. 전공의·의대생들이 과거 특례를 전부 거부하고 다시 새로운 요구를 하는 데 대해 “과한 특혜 요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환자들은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은 복귀 의향이 아니다”라며 환자와 국민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논평자료를 내고 “정부는 입대 유예, 정원 유연화 등 전례 없는 수준의 복귀 여지를 열어뒀지만, 전공의들은 조건 없는 복귀를 끝내 거부했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은 환자와 가족, 그리고 남은 의료진”이라며 “지난 수개월간 치료 기회를 박탈당한 수많은 중증·응급환자들에게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고, 의료인의 사회적 책임을 되묻는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