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지 약 9시간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천안함 자폭’ 등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민주당에 부담이 된 결과로 보인다.
이 이사장은 5일 사의 표명문을 통해 “시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당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것에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혁신기구의 책임을 어렵게 맡기로 했다”면서도 “그러나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된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한국사회의 현재 처한 상황을 압축하는 사건이라는 것이 저의 개인적 소견이다. 하지만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며 “간절히 소망하건데 이번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 민주당이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로 나아가는 길을 인도할 적임자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흔들림없이 당과 함께 하여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역사 앞에 기도하는 심정으로 저로 인해 야기된 이번 상황을 매듭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1954년 태어나 서울대 공과대 금속공학부를 졸업한 인물이다. 민청학련의 발기인이자 초대 상임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2019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친형 강제진단 사건 관련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던 중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하는 등 친명계(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당의 혁신 기구를 맡을 책임자로 이래경 명예 이사장을 모시기로 했다”며 “새로운 혁신기구의 명칭, 역할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임 발표 이후 이 이사장의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언 등이 조명 받으며 논란이 발생했다. 그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두고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낸 미패권 세력”이라고 표현했고, 지난 5월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을 두고 “아마도 지난 한국 대선에서도 미 정보조직들이 깊숙히 개입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에 대해서는 “ICC(국제형사재판소)의 이름으로 전쟁 고아들을 보호한 푸틴을 전쟁범죄자로 몰았다”며 러시아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은 SNS를 통해 “현충일(6월 6일) 선물 잘 받았다”며 민주당을 향해 “오늘까지 입장 밝혀주시고 연락 바란다. 해촉 등 조치 연락 없으면 내일 현충일 행사장에서 천안함 유족, 생존장병들이 찾아뵙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제기됐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이사장은 지나치게 편중되고, 과격한 언행과 음모론 주장 등으로 논란이 된 인물로 혁신위원장에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당 안팎에서 비판이 일자 이 이사장의 과거 발언에 대해 “그 점까지는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발표는 공식적 발표고, 저는 그 발표를 신뢰한다”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