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잇단 ‘자녀 리스크’로 시끄럽다. 국정보다 더 어려운 ‘자식 농사’로 고개를 숙인 정치인들을 톺아봤다.
1. 이재명 “일정 기간 유혹에 빠졌던 모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21년 ‘장남 상습도박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다. 이 대표의 장남 이모씨는 지난 2019~2021년 말까지 미국에 서버를 둔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에 200여건의 게시글을 올리고, 해외 포커 사이트 칩(게임 머니)를 거래하자는 등의 글을 100여건 올린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또 이씨는 도박 관련 커뮤니티에 아이돌 멤버와 일반인 여성 사진에 대해 비하하는 댓글을 수차례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아들의 불법 도박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언론보도에 나온 카드게임 사이트에 가입해 글을 올린 당사자는 제 아들이 맞다”며 “일정 기간 유혹에 빠졌던 모양이다. 부모로서 자식을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했다. 이후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후에도 “아들에 못난 행동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90도로 머리를 숙였다. 대선 국면에서 약점을 잡힌 이 대표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2. 장제원 “자식 잘못 키운 아비의 죄”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아들 스캔들’로 수차례 고개를 떨궜다. 장 의원의 아들인 래퍼 장모씨는 지난 2019년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고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실이 알려진 이후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사과 글을 게재했다.
장 의원은 지난 2021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돕는 과정에서도 자녀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2년만에 또다시 음주운전 접촉사고를 낸 아들 장씨는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에 불응하고, 경찰관을 머리로 들이 받아 경찰관 폭행범으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결국 장 의원은 “죄를 지은 못난 아들이지만, 그동안 하지 못했던 아버지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겠다”고 사과했다. 윤석열 캠프 총괄실장직에서도 물러났다.
3. 조국 “젊은이들 상처받게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각종 논란으로 정치 인생 마감의 기로에 섰다. 이중 자녀 입시 특혜 의혹이 결정타로 꼽힌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019년 딸 조씨의 인턴활동증명서 허위 발급 등에 개입한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입시를 둘러싼 조씨의 ‘7대 허위 스펙’은 △동양대 총장 표창장 △동양대 보조연구원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및 논문 제1저자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 △KIST 인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 인턴 등이다.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2030세대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전방위적 압박이 이어지자, 조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직을 자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고, 특히 젊은이들을 상처받게 했다”며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는다”고 했다. 취임 35일 만의 결단이다. 진보 정권의 불공정 논란을 일으킨 ‘조국 사태’는 추후 정권교체의 신호탄이 됐다.
4. 정청래 “아버지로서, 정치인으로서 죄송”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아들의 성추행 논란 탓에 공식 사과한 전적이 있다. 정 의원의 아들 정모씨는 2015년 중학생 당시 여학생을 성추행하고 음담패설이 담긴 문자를 보내는 등 성희롱을 저질렀다. 이후 법원으로부터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수강 명령을 받았다.
정 의원은 지난 2017년 관련 보도가 나오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당시 글에서 정 의원은 일부 매체가 보도한 ‘전직 의원 아들의 성추행 사건’을 언급하며 “제 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죄송스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반복하는 정치권의 자녀 논란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직장인 김모(27)씨는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라며 “아들도 보살피지 않는 이들이 민생을 어떻게 책임지겠나”라고 비판했다. 대학생 박모(25)씨도 “비슷한 논란이 멈추지 않는 한,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