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2일 논평을 통해 이렇게 질타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탓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민주당은 ‘방탄 정당’ 오명을 벗기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간 내세운 자성과 혁신의 의미도 빛바래졌다.
‘돈봉투 의혹’ 윤관석·이성만, 체포동의안 모두 부결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윤 의원과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했다. 의원 293명이 자리한 가운데 윤 의원 체포동의안은 찬성 139표, 반대 145표, 기권 9표로 부결됐다. 이 의원 체포동의안 역시 찬성 132표, 반대 155표, 기권 6표로 부결됐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민주당은 재적 의원 과반을 넘는 169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이다.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무더기 ‘동정표’를 던진 셈이다. 민주당 성향의 비교섭단체 의원들을 감안해 140명이 넘는 민주당 의원들이 부결 혹은 기권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민주당 내에서는 내년 총선을 고려해 가결 표를 던져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최근 검찰이 민주당 의원에 대한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추가 체포동의안을 막기 위해 예상 밖의 반대표가 모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체포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없이 영장은 기각됐다.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의원들의 실명을 직접 말하는 등 돈봉투의 조성·살포 과정이 마치 생중계되듯이 녹음돼 있다”며 윤관석, 이성만 의원에 대한 구속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진술 증거가 충분한 점도 강조했다. △여러 상황이 녹음된 다수의 통화녹음 파일 존재 △자금을 제공한 이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범죄사실에 부합하는 일정표 및 국회 출입 기록 △이에 부합하는 진술 증거 등이다. 모든 증거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당시 자발적으로 녹음했거나 작성했던 것으로, 검찰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확보했다고도 덧붙였다.
따끔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한 장관은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라는 말은, 최소한 국민과 같거나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말이지, 일반 국민보다 ‘특혜를 받아야 한다’는 말은 아닐 것”이라며 “‘돈으로 표를 사고파는 것’은 민주주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신상 발언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항변했다. 윤 의원은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기본요건도 갖추지 못한 모순되고 부실한 영장”이라며 “심지어 아직 특정도 못한 채 20명이 투표하는 걸 혐의 있는 것처럼 문제제기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자신의 ‘무죄’를 호소했다. 이 의원 역시 “검찰은 이정근씨의 녹취록에 있는 수많은 대화 중 관련된 일부 내용만을 가지고 혐의를 구성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진술로 메웠다”라며 거듭 구속영장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노웅래→이재명→윤관석…민주당 ‘방탄대오’ 논란
이번 표결 결과로, 민주당은 ‘이중 잣대’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은 매번 체포동의안 표결마다 딜레마에 빠졌다.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거대 의석수로 밀어붙여 부결시킨 전적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3월 당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거 찬성표를 던져 가결된 점도 민주당으로선 부담이다. ‘방탄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고착화할 경우, 내년 총선 전까지 국민적 반감 해소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번 표결 결과를 고리 삼아 민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중 기자들과 만나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국민의 뜻과 달리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유감”이라며 “민주당이 언제까지 방탄대오를 견고하게 유지할지, 국민의 뜻을 저버릴지 지켜보겠다”고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표결 이후 논평을 통해 “애당초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고, 의총에서조차 논의하지 않으며 자율투표 운운할 때부터 통과시킬 마음이 없었던 것”이라며 “오늘로써 윤석열 정부 들어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민주당 의원 4명 모두가 살아남는 기록을 남기게 되었으니, 두고두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역시 이날 구두논평에서 “민주당은 이번에도 내로남불 방탄대오로 똘똘 뭉쳤다”며 “당이야 침몰하든 말든 자신들에 대한 수사를 제멋대로 정치 탄압이라 재단하고, ‘더불어’라는 당명에 충실한 듯 금권선거 은폐에 일치단결했다”고 질타했다.
반면 민주당은 “의원 개개인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표결에 임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표결 후 기자들과 만나 “개별 의원들 각자의 소신에 따라 표결을 한 것”이라며 “우리 당 의원들은 검찰의 수사가 과도하고 무리한 영장 청구였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윤 의원은 이날 표결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와 선배, 동료 의원님들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정치검찰의 짜맞추기 수사는 부당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앞으로 법적 절차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해서 억울함과 결백을 당당히 밝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도 “기본적인 요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보고 이에 대해 의원들이 이해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재판결과에 따라 의원직 사퇴까지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모두 부결되자 두 의원이 주변 의원들과 악수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4월 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 당선을 위해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총 6000만원을 살포하는 데 관여한 혐의(정당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같은 해 3월 중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경선캠프 운영비 명목으로 100만원을, 강래구(구속기소)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등에게 지역본부장 제공용으로 1000만원을 제공한 혐의다. 또 4월 윤 의원으로부터 이른바 ‘오더’를 받고 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