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에 입주 예정인 김모(35)씨는 오는 8월 입주시기와 결혼계획을 맞췄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이에 조합은 증액에 반발하고 있지만 시공사간의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완공일은 다가오지만 아직 입주 날짜는 미정이다.
고금리 상황 지속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시공사와 조합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입주 시기에 맞춰 일정을 조정해온 재건축 입주 예정자들은 예상치 못한 입주일 연기에 당황하고 있다.
래미안원베일리는 7월 1일 이전까지 조합 분담금을 확정해야 한다. 조합은 오는 6월 30일 총회를 열어 분담금을 확정할 계획이다. 래미안원베일리 조합사무실 관계자는 “아직 최종 합의 전이지만 우리의 마지노선은 1130억 원을 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입주예정일에 주민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한국부동산원이 제시한 증액 금액에서 약간의 조정 후 최종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입주일 연기는 비단 김씨만의 일은 아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을 포함한 시공능력평가 10위 내 대형 건설사의 전국 1200여 개 아파트 현장에서 절반인 580여 곳의 공사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시공사와 조합간의 합의점 도출에 난항을 겪기 때문이다.
결국 시공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사업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와 공사비 합의에 실패한 후 새 시공사를 찾는 중이다.
분양 일정을 미룬 곳도 있다. 경기 수원시 권선6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사업단(삼성물산·SK에코플랜트·코오롱글로벌)과의 공사비 갈등으로 일반분양 일정을 연기했다.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간의 갈등으로 입주 예정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건설사 사옥에서 시위를 진행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대우건설의 공사비 증액을 납득할 수 없다는 대치푸르지오써밋(대치1지구재건축정비사업) 일부 조합원들은 지난달부터 항의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여기에 시멘트 제조업체 쌍용C&E가 오는 7월부터 가격 인상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사들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두고 향후 입주연기 단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