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자대학교(이하 동덕여대) 교내에서 발생한 등굣길 사고와 관련해 학생들이 김명애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13일 오후 6시30분쯤부터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1층 로비에서 밤샘 농성에 들어갔다. 김 총장이 사퇴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총장실 복도에는 ‘막을 수 있었다 학교는 없었다’ ‘안전불감증이 초래한 명백한 인재. 총장과 이사장은 물러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들이 붙었다.
학생들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공청회를 열어달라는 총학생회의 요청을 학교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항의하며 본관 2층 총장실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학교 측은 연합뉴스에 “애도 기간에 학생들이 격앙돼 있어 공청회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 우려됐다”며 “학생 대표와 학교 당국이 소통하는 협의체 구성을 총학생회에 제안했다”고 해명했다.
서울 종암경찰서와 동덕여대 등에 따르면 학생 A(21)씨는 지난 5일 오전 8시50분쯤 교내 언덕길에서 내려오던 쓰레기 수거 차에 치였다. A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판정을 받았고, 이틀 만인 7일 오후 결국 사망했다. 사고 이후 고인과 같은 학과 학생들과 총학생회, 학교 측은 교내에 간이 분향소를 마련했고 많은 학생이 분향소를 찾아 추모했다.
학생들은 이번 사고가 ‘예견된 사고’였다는 입장이다. 수년간 학교 측에 안전 우려로 언덕 위 쓰레기장을 이동해달라는 민원을 냈지만 사실상 묵살해 왔다고 주장한다. 동덕여대 학생회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측과의 회의에서 안전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학교 측은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동덕여대 측은 사고 발생 이후 뒤늦게 대책을 수립해 대응 중이다. 쓰레기장 이동 논의와 함께 사고가 난 언덕길에 차량 진입이 불가하도록 안전봉을 설치했다. 사고 발생 일주일 후에는 언덕 내 마련된 계단에 철제 펜스가 설치됐다.
고인의 유가족과 동덕여대 학생 1000여명은 지난 12일 오후 8시10분 교내 운동장에서 고인의 희생을 기리는 촛불 추모 집회를 열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