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못 받아 낭패보는 판국에”…‘양방사’ ‘한방사’ 명칭 논쟁 과열

“치료 못 받아 낭패보는 판국에”…‘양방사’ ‘한방사’ 명칭 논쟁 과열

의협·한의협, 지칭하는 용어 두고 갈등 고조
“선무당 같은 언행” vs “미꾸라지 되지 말라”
“의료체계 비상인데”…국민 피로감 증폭
“소모적 싸움 접고 국민건강 위한 대안 찾아야”

기사승인 2023-06-15 06:00:08
게티이미지뱅크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가 명칭 사용을 두고 논쟁을 넘어 서로를 헐뜯는 갈등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최근 의료진 부족, 시스템 결여 등의 이유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낭패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국민 건강을 살피는 데 집중해주길 바라는 당부가 이어진다.  

1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그간 의협과 한의협은 서로를 지칭하는 용어 사용 문제로 갈등을 빚어 왔다. 한의협은 의사를 ‘양의사’, 의료를 ‘양방’으로 칭했고, 의협은 한의사를 ‘한방사’, 한의사협회를 ‘한방사협회’, 한의대를 ‘한방대’로 표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 2일 성명서를 통해 “한방협은 양의사, 양방 등 개념이 없는 용어를 지속적으로 남발하고 만성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양’이라는 말이 갖는 부정적 어감을 통해 현대의학에 대한 부적절한 편견을 국민에게 심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방사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위가 여러 전래요법 중 하나일 뿐이며, 의료와는 거리가 먼 직종임을 명심하고 더 이상 선무당 같은 언행을 자제하기 바란다”고 직격했다. 또 의료법 제2조를 들며 “의사는 의료, 한의사는 한방을 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방만이 있을 뿐 의료는 양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한의협은 곧장 입장문을 내 의협을 ‘양방사협회’로 지칭했다. 한의협 산하 브랜드위원회는 “양의사, 양방 등의 용어는 국어사전에 명기돼 있는 표현이며, 법원 판결문에도 사용되는 등 비하의 의미가 없는 올바른 용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양의사들은 대한민국에서 독점적인 의료 권력을 누리고 있음에도 수시로 진료파업 등을 빌미로 국민과 정부를 협박하고 있다”며 “양방사협회는 경거망동을 멈추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또 “한의사들을 악의적으로 폄훼한다고 해서 결코 양방사들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보건의료계 전체를 어지럽히는 오만방자한 미꾸라지가 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이러한 직역 간 갈등에 국민들은 피로감을 가졌다. 지난달 손목터널증후군 진단을 받은 경기 파주시에 사는 이호성(29) 씨는 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X-ray)를 찍어보니 손목 인대에 염증이 많다고 해 약을 복용했다. 현재 염증은 제법 가라앉았지만, 뻐근하면서 통증이 남아 최근 한의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이 씨는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니 뻐근한 게 가시고 통증도 덜해졌다. 염증 치료는 정형외과에서, 통증 치료는 한의원에서 하며 두 의료기관이 장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서로 잘 협력해 시너지를 내면 좋을 텐데 왜 싸우는 길만 쫓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고개가 옆으로 안 돌아갈 만큼 목에 담이 생겨 며칠간 고통스러운 경험을 한 서울 노원구 김재현(28) 씨도 정형외과와 한의원 치료를 병행하며 증상이 호전됐다. 김 씨는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을 잃는 환자가 생기는 심각한 상황이다”라며 “서로 협력해 국민을 위한 현실적 대안을 찾아도 모자를 판에 서로 헐뜯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했다. 

의사 평론가인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은 의사와 한의사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협력하는 방향을 찾는 게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한의학도 의학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침술이나 재활치료 등은 환자한테 효과가 좋은 것이 사실”이라며 “반대로 한의사들은 수술이나 감염증 대응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사단체는 한의학이 의학과 과학의 영역으로 한 발짝 들어올 수 있도록 기회를 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채우면 된다”고 제언했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궁극적으로 의학과 한의학 간의 화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두 직역이 말다툼하고 감정을 상하게 만드는 일련의 갈등들은 별 소득도 없는 소모적인 싸움에 불과하다”며 “국민 건강을 지키는 차원에서 화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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