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뛰어드는 카드사들…과연 이득일까

애플페이 뛰어드는 카드사들…과연 이득일까

현대카드 애플페이 출시 후 신규 회원수 급증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 오히려↓…체크카드↑
주사용층 결제액 크지 않은 MZ
“초기 수익 내기 쉽지 않을 것”

기사승인 2023-06-15 06:00:31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국내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 3월2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에 애플페이 결제를 알리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국내에 최초로 애플페이를 도입한 현대카드에 이어 다른 주요 카드사들도 애플과 손을 잡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애플페이가 바로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는 애플페이 주사용층이 타연령대보다 씀씀이가 적은 2030세대인데다가 애플에 지급하는 수수료, 단말기 보급 비용 등 나갈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우리카드(비씨) 3사가 애플페이 서비스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들 카드사는 애플에 사업 참여 의향서를 최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 개시는 9~10월이 유력하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각각 점유율 1, 2위 카드사로 간편결제 시장의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른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면 현대카드가 그간 누린 선점효과도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현대카드는 당초 1년 독점 계약으로 애플페이 국내 출시를 준비했지만 금융위원회 심사과정에서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했다. 그리고 지난 3월 국내 처음으로 애플페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출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애플페이 출시 후 지난 3~4월 카드사 신규 회원수는 현대카드가 36만9000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국민카드 26만7000명, 신한카드 25만5000명, NH농협카드 21만8000명, 롯데카드 21만7000명 순이었다. 또 애플페이 출시 한 달간 신규 발급된 현대카드는 약 35만5000장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6% 급증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역시 출시 3주를 맞은 지난 4월 “가입토큰 수 200만 건을 돌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애플페이 토큰은 신용카드를 아이폰, 맥 등 애플페이 기기에 등록할 때 카드정보를 암호화해 발행하는 번호를 뜻한다. 1개의 기기를 애플페이와 연동하면 1개의 토큰을, 2개의 기기를 연동하면 2개의 토큰이 발행되는 식이다.

지난 5월 서울 한 카페에 간편결제 시스템 관련 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하지만 애플페이 출시가 카드사에게 수익을 가져다 주는지는 미지수다. 신규 카드 발급량만큼 카드 이용액은 증가하지 않았다. 지난 4월 한 달간 현대카드 개인 신용카드 일시불 결제 금액은 7조6293억원이다. 3월(7조7764억원) 보다 오히려 1471억원이 줄었다. 개인 체크·직불카드의 일반 사용액은 588억원으로 같은 기간 약 147억원 증가했지만 신용카드 감소세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신규 발급이 결제액 증가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애플페이 주 사용층인 MZ세대 결제액이 대부분 소액에 그치기 때문이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 한 달을 맞아 지난달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신규 회원 중 MZ세대 비중은 79%로 압도적이었다. 20대 51%, 30대 28%, 40대 12% 순이었다. 결제 가능한 가맹점이 한계가 있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애플페이는 주요 편의점 중 ‘GS25’(25%)에서 가장 많이 사용됐다. 가장 많은 금액(22%)이 결제된 곳은 ‘코스트코’였다. 온라인 가맹점 중에서는 ‘배달의 민족’에서 애플페이가 가장 많이 사용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경우 처음 애플페이를 들여오다 보니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과 마케팅으로 상당한 비용이 나갔을 것”이라며 “카드사 주 수입원 중 하나인 가맹점 수수료도 수수료율이 이미 낮은 데다 애플에 0.15%씩 수수료를 떼고 나면 사실상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일 것”이라고 봤다.

다만 현재 카드사를 둘러싼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아 카드사들이 망설이고 있는 것일 뿐 타 카드사의 애플페이 합류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고금리로 조달비용이 높고 연체율도 높아 현재 업황이 좋지 않기는 하지만, 다른 카드사들도 장기적으로는 결국 애플페이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며 “일단 선발주자가 나서서 단말기 보급도 어느 정도 했기 때문에 후발주자는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플이 어떻게 보면 저 3개 카드사를 고른 셈”이라며 “결제는 결국 고객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것인데 선택지에서 아예 배제되는 게 카드사 입장에서 좋을 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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