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완공되면 입주민을 위한 온라인 소통창구(카페)가 생긴다. 인천 검암로얄파크시티푸르지오(검로푸)도 마찬가지인데, 이 아파트가 비공식 입주자 카페로 진통을 겪고 있다. 비슷한 카페가 가입자 2만 명을 거느리며 ‘정실’ 행세를 하고 있어 입주자예정협의회가 난감해하고 있다.
네이버카페에 ‘검로푸’를 검색하면 20건이 뜬다. 주제가 다양하다. 친목모임은 물론 부동산·반려동물·중고물품거래 등 다양하다. ‘맘카페’도 4개나 된다.
입주예정자를 대표하는 카페는 2개다. 하나는 ‘[공식]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입주예정자협의회(입예협)’이고, 다른 하나는 ‘[대표] 인천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입주예정자모임’이다. 전자는 2020년 6월에, 후자는 이보다 4개월 일찍 개설됐다.
검로푸 입주예정자협의회가 운영하는 카페는 전자다. 협의회에 따르면 후자인 ‘대표’ 카페에 스텝으로 임명된 다수 회원이 실은 동일 인물이며, 아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회원등급을 조정했다.
‘부산 백양산 롯데캐슬 골드센트럴’ 입주예정자협의회에 초대매니저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카페는 대표 임예협이 되려고 무리하게 위임장을 모았지만 결국 실패했다. 현재 임예협 카페와 통합을 건의하면 분란을 조장한다며 강퇴시킨 것으로도 알려졌다.
문제는 한 때 이용 정지도 당했던 카페가 버젓이 운영 중이라는 점이다. 이 경우 입주민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거나, 개인정보가 도용될 수도 있다. 다행히 최근엔 활동이 뜸해진 모습이다. 카페에 들어가 보니 위임장과 계약서 폐기 요청 이외에는 게시물이 없다.
한 입주자는 “몇달 전에 전 그 카페에서 별 이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제탈퇴 당했다”라며 “역시 뭔가 문제가 있는 곳인 것 같다. 부디 입주민 피해는 없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검로푸 사례와 별개로 입주자 카페가 우후죽순 생기는 이유는 이렇다. 입주 용품을 판매하기 위해 업체가 일부러 개설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경기 파주 신축아파트 입주자들이 가입한 카페가 입주 전문 업체가 만든 상업용 카페임이 드러났다.
입주자 대표에 선정되려고 카페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검로푸는 입주세대가 4800세대다. 가구당 성인을 2명으로만 계산해도 1만 명에 육박한다. 그들을 대표하는 자리인만큼 상당한 권력을 쥘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검로푸’ 관계자는 “입주자 대표를 하려고 단지내에서 눈치싸움이 심한 걸로 안다”라며 “(입주자 카페는) 보통 단지 하나 당 한 개인데, 세대수가 너무 많아서 카페가 여러 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대수가 이 정도면 동 하나 규모라 지자체도 나와서 굽신굽신 한다. 엄청난 권력이다”고 귀띔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