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소상공인들, 비오는 거리서 “최저임금 동결하라”

벼랑 끝 소상공인들, 비오는 거리서 “최저임금 동결하라”

소공연, 최저임금 동결 촉구 결의대회

기사승인 2023-06-21 17:46:49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소상공인 생존권 사수 최저임금 동결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나왔다.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과 업종별 차등 적용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최저임금 동결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 17개 광역지회 회원과 업종단체 회원 등 400여명이 자리했다. 이들은 양손에 “최저임금 동결하라”, “최저임금 구분적용”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폐업 위기에 몰린 소상공인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소공연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와 고물가, 고금리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극한의 상황에 놓여있다며, 고통을 가중할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 자제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110조6000억원) 늘었다. 

오세희 소공연 회장은 “소상공인이 가게 문을 닫지 않도록 2024년도 최저임금은 반드시 동결해야 한다”며 “국내 최저임금은 이미 비교대상을 찾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소공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높은 홍콩(6544원), 일본(8702원), 대만(7333원) 등은 모두 우리나라(9620원)보다 최저임금이 낮다. GDP가 세계 5위인 싱가포르는 아예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없다.

그러면서 오 회장은 “업종에 따라 매출액과 영업이익, 노동생산성 등에서 차이가 나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며 “노동강도가 낮고 노동생산성이 높지 않은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지불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업종별 구분 적용도 촉구했다. 편의점업, 택시운송업, 음식·숙박업종부터 구분적용을 우선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업종에 따라 매출액, 영업이익, 노동생산성 등이 다르기 때문에 최저임금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회장은 “최저임금법 4조 1항의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35년 동안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노동강도가 낮고 노동생산성이 높지 않은 업종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모든 업종에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게 과연 정당한가”라고 꼬집었다.
21일 오후 서울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열린 최저임금 동결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최은희 기자

최저임금 적용 업종인 숙박·편의점·외식·미용업 소상공인들도 단상에 올랐다. 이들은 입을 모아 정부의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이종범 대표는 “지금 수준보다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가게 유지 방편으로 서빙 로봇이나 조리 로봇을 도입해 고용을 더 줄일 수밖에 없다”며 “내년에는 최저임금을 동결하든지 업종별로 구분 적용이라도 하는 방향으로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장도 “숙박업은 최저임금 미만율(임금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이 30%에 달한다”며 “숙박업 구분적용으로 우리 소상공인 숨통을 열어 달라”고 목소리 높였다.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소공연은 이날 현장에 가벽을 설치해 소상공인의 염원을 담은 ‘동결 망치’로 ‘최저임금 인상의 벽’을 무너뜨렸다. 업종별 최저임금이 소상공인에게 보호막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우산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0일 제6차 전원회의를 개최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는 인상 수준과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 등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동계는 1인가구 한달 생계비가 241만원에 달한다며 최저임금 1만2000원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최저임금’이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한 것은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뿐이다. 당시 최저임금위는 임금 격차를 고려해 음료품·가구·인쇄출판 등 고임금 업종 16개에는 시급 487.5원을 적용했다. 식료품·섬유의복·전자기기 등 저임금 업종 12개에는 시급 462.5원을 적용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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