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작가가 강렬한 오컬트 드라마로 돌아왔다. 23일 오후 10시 첫 방송을 앞둔 SBS 새 금토드라마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tvN ‘시그널’, 넷플릭스 ‘킹덤’ 등으로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김은희 작가의 신작이다. 여기에 배우 김태리, 오정세, 홍경이 합세했다. 이날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악귀’ 제작발표회에는 이들 배우와 연출을 맡은 이정림 감독이 참석해 “대본부터 남달랐다”고 입을 모았다.
“김은희 작가 작품, 언제 또 출연해보나 싶었다”
김은희 작가와 김태리, 오정세가 만나며 ‘악귀’는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배우들은 “대본을 보자마자 글과 사건이 빼곡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김태리는 “귀신들의 다양한 사연이 청춘에 녹아있다”면서 “이야기가 12부 동안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펼쳐지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오정세는 촬영하는 내내 안갯속을 헤매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는 “안개가 걷히면 지나온 시간과 사건, 서사가 섬뜩하게 드러난다”면서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신예 홍경은 “이런 선배 배우들과 김은희 작가님 작품에 언제쯤 또 출연해보겠나 싶더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감독은 “대본 속 지문이 세세하고 길게 나와 있어 연출하면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김은희 작가가 쓰고 김태리·오정세·홍경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설명이 가능하지 않냐”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5세 관람등급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했다”
‘악귀’는 한국형 오컬트를 표방하는 드라마다. 김은희 작가와 이 감독은 민속학 및 문화재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다양한 한국형 귀신을 구현했다. 이 감독은 “서양 오컬트 속 엑소시스트(퇴마사)가 우리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는다”면서 “토속신앙, 설화, 전설에 기반을 둔 귀신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감독은 오컬트 장르라는 외피에 갇히지 않으려 심혈을 기울였다. “낯선 이미지보다는 익숙하지만 낯설고 기묘한 모습을 구현하고자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공포 수위 역시 상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앞서 공개된 오프닝 영상은 스산한 분위기로 주목받았다. “15세 관람등급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내보고자 노력했다”고 말을 잇던 이 감독은 “찍다 보니 무서움에 익숙해져 때로는 더 자극적으로 연출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자잘한 유머가 함께 나온다. 다 보고 나면 괜찮다는 감상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컬트와 청춘, 뜬금없어 보이겠지만…”
김은희 작가는 청춘을 주제로 ‘악귀’를 집필했다고 알려졌다. 김태리가 연기한 구산영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악귀에 씌고 인생이 뒤바뀐다. 그가 고단한 20대 청춘을 대변한다면 오정세가 연기한 염해상은 청춘을 보낸 뒤 고립된 삶을 사는 40대를 대표한다. 홍경이 맡은 이홍새는 올바른 방향을 고뇌하는 청춘이다. 이 감독은 “어려운 시기를 지난 어른으로서 청춘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김 작가님의 특기인 오컬트로 표현한 듯하다”면서 “제목과 장르만 들으면 뜬금없어 뵈겠지만 실제로 보면 메시지가 뚜렷하게 보일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