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특별법 난항…재건축 추진 곳곳이 ‘암초’

1기 신도시 특별법 난항…재건축 추진 곳곳이 ‘암초’

기사승인 2023-06-24 06:02:01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서 바라본 동작구 아파트 모습.   사진=박효상 기자

노후화된 신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이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세사기 특별법과 재건축이익환수법 등 굵직한 현안에 막혀 논의조차 힘든 실정이다. 게다가 특혜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1기 신도시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실 관계자들은 체계적인 정비를 위한 방법과 방향에 심도 있는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24일 부동산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는 지난 22일 법안소위원회를 열어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법안 심사조차 하지 못했다. 재건축이익환수법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회의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은 주택 정비 요구가 높지만 현행 법체계에선 광역적 정비에 한계가 있는 1기 신도시에 재정비 혜택을 주는 법안이다. 현재 국회에는 13개의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이 발의되어 있다. 

13개 법안은 대표발의 의원의 지역구가 1기 신도시에 속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상이하지만 용적률과 건폐율 그리고 안전진단 등의 특례를 특징으로 한다. 이 중 정부안을 의원발의로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이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1기 신도시 순회로 법안 통과 기대감이 높았지만 위원회 심사에서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별법 추진이 난항을 겪는 것은 우선 대상지역 특혜 논란 때문이다. 지난 15일 국토위 법안소위 심사에서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1․2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원도심에도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이 부분을 조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김정재 법안소위 위원장도 “이 법에 대해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지방 주민들이 많다”며 “오죽하며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내는 것을 회피했겠냐”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사업성을 갖춘 지역은 한정되어 있기에 특혜 논란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시와 경제’ 송승현 대표는 “노후된 지역은 주민들 자체적으로 낼 수 있는 소득의 한계가 있다”라며 “결국 실질적으로 1기 신도시가 이 인센티브를 다 받기 때문에 특혜가 된다”고 전했다.

주택 정비에 따른 환경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노후계획도시 재정비에 찬성하지만 환경에 대한 국가적 판단과 지원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2025년 이후에는 수도권에 매립이 불가능한데, 다 헐고 새로 지을 때 이 건축 폐기물은 어디에 버릴건지 이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고 짚었다. 

민주당 김병욱 의원 역시 “탄소중립 시대를 맞이하는 도시로서 이주단지의 모습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심상정 의원의) 대규모 건축 폐기물 지적은 법안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담고 그렇지 않으면 시행령 등을 통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법이 세부적인 내용을 갖춰 본회의를 통과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도시와 경제 송승현 대표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특별법은 환경영향평가, 교통계획, 이주계획, 과밀부담 등 이런 세부사항에 대해 큰 그림만 던졌다”며 “300명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각자 다르기 때문에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간 1기 신도시 특별법은 전세사기 특별법 등 굵직한 현안에 가로막혀 논의조차 쉽지 않았다. 다만 국회 논의가 숨통이 트이는 상황에서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속도전보다는 신중한 처리를 원했다. 법안의 빠른 통과보다는 원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본에서 27년째 거주중인 김모(27)씨는 “주변에서도 재건축 관련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다”며 “재건축 이후 낮은 원주민 정착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원주민들이 내몰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기 신도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회의원실 관계자 역시 특별법 취지에 동의하지만 대규모 국가 재정 투입 사업인 만큼 검토와 논의가 충분해야 한다고 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특별법은 지역구 주민들 사이에서도 회의가 열릴 만큼 중요한 문제”라면서 “법안이 발의됐지만 그동안 두 번의 법안 심사에서 법안 내용을 읽은 것이 전부였다”며 국회에서 논의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의 취지에 동의하지만 국가적 지출이 큰 사업이기에 정비 방법과 방향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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