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참외’, 지난주는 ‘오징어회’…먹방계 위협하는 여야 정치권

오늘은 ‘참외’, 지난주는 ‘오징어회’…먹방계 위협하는 여야 정치권

김기현, 성주 찾아 ‘참외’ 시식…이재명, 강릉서 ‘오징어회’ 먹방
후쿠시마 우려에 국민 ‘부글’…정치권은 ‘정쟁 요소’ 활용
“정치인 먹방, 국민은 고구마 100개 먹은 기분”
“무책임·무능력한 이미지 정치” 비판도

기사승인 2023-06-26 18:41:01
(왼쪽부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여야 정치권이 개그계를 넘어 ‘먹방계’까지 위협 중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으로 국민적 걱정이 큰 가운데 여야 당대표들은 대책 마련은 뒷전인 채 앞다퉈 ‘먹방(먹는 방송)’을 시전하면서 각기 일방적 주장만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현실적인 대책과 납득이 되는 설명을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지만, 현 상황을 정쟁으로만 몰고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경북 성주를 찾은 김기현 당대표는 지역 특산물인 성주 참외를 시식했다. 성주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될 당시 “성주 참외가 썩을 것”이라고 돌던 괴담이 사실이 아닌 것처럼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를 두고 나오는 각종 의혹이 거짓이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퍼포먼스로 당 지도부가 대거 동행했다.

당대표 ‘먹방’에 앞선 지난주 23일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서울 송파 가락농산물도매시장 내 횟집을 찾아 만찬을 즐겼다. 이번 주부터는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수산시장과 횟집을 찾아 만찬을 진행한다.

정부여당을 향한 오염수 공세 중인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먹방’에 여념이 없다. 

지난 22일과 23일 강원 강릉을 찾아 후쿠시마 오염수 공세를 이어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강릉 시장을 찾아 오징어회를 초장에 비벼 먹는 ‘먹방’을 선보였다. 국민의힘과 반대로 오염수가 방류되고 나면 국민들이 우려해 수산물을 먹지 못할 거라는 메시지를 내기 위한 것으로 많은 매체 미디어 앞에서 사실상 ‘먹방’을 보였다.

이 대표는 그 자리서 “수산물을 취급하는 분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많이 도와주시는 방법은 많이 애용해주시는 것”이라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힘 합쳐서 함께 위기를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일 나오는 정치권의 ‘먹방’ 러시에 국민적 여론은 차갑다. ‘먹방’을 통한 여론전이 아닌 국민이 안전감을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핵심인데 한가롭게 ‘먹방’이나 찍고 있느냐는 비판이다.

종로구에 사는 한 시민은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얼마나 국민들의 수준을 얕잡아 보면 저런 퍼포먼스를 하는 건지 싶다”며 “국민은 국가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달라는 것인데 일회성 보여주기식으로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국민들도 반대하는 것을 왜 우리 정부가 안전하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인지 참 아이러니하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시민은 “정치인을 안심시키려 음식을 먹지만, 국민은 그걸 보고 답답해 ‘고구마 먹은 기분’”이라며 “먹는다고 해결될 게 아니다. 진정한 정책과 국민의 갈증을 풀어줄 ‘사이다’ 답변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정치권에서도 당대표들의 ‘먹방’ 행태를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인의 ‘먹방’은 선거철 때 이미지 구축을 위해 하는 행동”이라며 “여야 당대표 모두 정책 논의는 없이 ‘먹방 러시’에 나서고 있는 모습을 보니 대한민국 정치가 실종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 두 리더가 현재 대한민국이 마주한 위기 상황을 현명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정책적 능력을 갖춘 건지도 의심스럽다”면서 “본질적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능력이 없다면 물러나야 맞다”고 덧붙였다.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이미지 정치의 전형”이라며 “국민들은 과학적 논리적인 이야기를 원하는데 한쪽은 선동하고, 또 다른 한쪽은 그 선동에 맞장구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집권여당은 국정 운영에 무한한 책임을 진다”며 “야당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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