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일당에게 거액의 금품을 약속받고 현금 8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측근 양재식 변호사(전 특검보)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이 이들에 대한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50억 클럽 수사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수재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특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여부, 금품 제공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하여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인다”고 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영장이 청구된 양재식 변호사의 구속영장도 비슷한 사유로 기각됐다.
검찰은 영장 기각 후 입장문을 통해 “다수 관련자의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들에 의하면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 및 약속한 점이 충분히 인정되는 상황에서 법원의 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향후 보강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특검 등은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우리은행 컨소시엄 참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용 여신의향서 발급을 청탁받은 혐의를 받는다. 그 대가로 지난 2014년 11~12월 대장동 토지보상 자문수수료, 대장동 상가 등 200억원 상당의 이익과 단독주택 2채를 제공받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박 전 특검은 지난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아울러 우리은행의 컨소시엄 참여가 무산되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으로부터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 대가로 5억원을 받고 향후 50억원을 약정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우리은행에 대장동 일당의 ‘성남의뜰 컨소시엄’ 참여를 청탁했다. 우리은행은 내부 반대로 최종 불참했고,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는 참여하겠다며 1500억원의 여신의향서를 냈다. 그 결과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민간사업자 평가 항목 중 ‘자금 조달’ 부분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고,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됐다.
박 전 특검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무속 요건인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면서 “재판부에 사실을 성실하고 진실하게 진술하겠다. 진실은 곧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 없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박 전 특검 신병 확보를 통해 50억 클럽 실체를 규명하려던 검찰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뇌물 혐의 무죄를 선고받은 곽상도 전 의원 등 다른 50억 클럽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향후 수사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