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 팀이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바비’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던 바비(마고 로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공간의 균열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켄(라이언 고슬링)과 현실로 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늘 완벽하기만 하던 바비는 상징과도 같던 까치발을 내리고 평지에 발을 내딛으며 새 여정을 시작한다. 3일 서울 당주동 포시즌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는 ‘바비’에 함께한 배우 마고 로비, 아메리카 페레라와 그레타 거윅 감독이 참석해 “‘바비’가 모든 여성은 아니지만 누구나 ‘바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첫 내한, 오길 잘했어요”

배우들과감독은 ‘바비’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전날 핑크 카펫 행사를 갖고 팬들과 현장에서 직접 만났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환대였다”고 운을 뗀 마고 로비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다”며 활짝 웃었다. 전날 생일을 맞기도 했던 그는 “이렇게 화려하게 생일을 축하한 적이 없었다. 생일을 맞아 한국에 온 건 최고의 결정”이라며 한국말로 감사 인사를 했다. 아메리카 페레라 역시 팬들 열기에 감탄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한국영화 팬을 자처하며 기쁨을 드러냈다. 감독은 “프랑스영화를 좋아하면 파리를 가는 것처럼 내겐 서울이 그랬다”면서 “팬들과 만남 역시 이제껏 본 광경을 뛰어넘더라. 한국에 다시 올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시대 앞서거나 뒤처졌던 ‘바비’… 두려워도 용기 내”

‘바비’는 마고 로비가 기획·제작을 맡고 그레타 거윅 감독에게 집필과 연출을 의뢰하며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마고 로비는 ‘작은 아씨들’을 비롯해 감독의 전작들을 보며 그와 작업을 희망했다고 한다. 마고 로비는 “뛰어난 감독과 작업하는 것에 머뭇거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바비’에서도 대단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이번 영화에는 인형 세계를 구현한 세트를 비롯해 독특한 카메라 효과 등 여러 볼거리가 담겼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바비인형은 전 세계에 알려진 브랜드인 데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생각이 다 다르다”면서 “바비는 시대를 앞섰을 때도 있지만 반대로 시대에 뒤처질 때도 있었다. 접근법을 생각하며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고 돌아봤다. 그를 움직이게 한 건 마고 로비를 향한 신뢰다. 감독은 “마고 로비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 뛰어났던 만큼 궁금증이 컸다”면서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 ‘바비’에 뛰어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정관념 담긴 바비로 여성을 이야기했죠”

마고 로비는 극 중 전형적인 바비를 연기한다. 마텔이 1959년에 처음 발매한 최초의 바비다. 바비는 가상 현실인 바비랜드 안에서 정형화된 삶을 살다 현실 세계로 향해 글로리아(아메리카 페레라)를 만나고 묘한 연결고리를 발견한다. 마고 로비는 바비를 통해 여성을 이야기하고자 마음먹고 작품을 준비했다. 그는 “여성은 동료, 친구 혹은 엄마로서도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기대 속에 산다. 하지만 이를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걸 모두가 안다”면서 “바비와 글로이아의 만남은 여성에게 쏠린 기대가 모순적인 걸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인형은 여성이 아닌 여성을 대표하는 대상일 뿐”이라는 그의 시각은 영화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아메리카 페레라는 “영화에는 강인하고 주체적인 면이 살아있는 바비가 담겼다”며 “우리가 우리 자신의 최고 버전이고 완벽하다는 걸 인식하게 하는 영화”라고 자신했다. 여성 이야기를 그려온 그레타 거윅 감독은 ‘바비’로 다양한 여성상을 녹여냈다. 그는 “고정관념을 넘어 성장하는 바비를 기대해달라”고 귀띔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