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인 말이지만…여러분 자신이 되세요. 여러분 자신을 위해 싸우세요. 세상이 여러분을 바꾸게 하지 마세요.”
5년 만에 한국을 찾은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다니엘 시저가 한국 팬들에게 남긴 메시지다. 시저는 2021년 세계를 강타한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메가 히트곡 ‘피치스’(Peaches)에 피처링해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15일 음악 페스티벌 ‘해브 어 나이스데이’ 공연을 앞두고 13일 서울 서교동 한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5년 만에 한국 팬들을 만날 생각에 무척 들뜬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저는 세계가 주목하는 Z세대 싱어송라이터다. 2014년 내놓은 EP ‘프레이즈 브레이크’(Praise Break)는 그해 미국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이 선정한 베스트 알앤비(R&B) 음반 톱20에 들었다. 2019년엔 노래 ‘베스트 파트’(Best Part)로 미국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알앤비 퍼포먼스상을 받았다.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네버 이너프’(NEVER ENOUGH)는 해외 언론으로부터 “기다릴 가치가 있었다”(버라이어티),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송라이터”(NPR) 등 극찬을 받았다.
음반 제목 ‘네버 이너프’(결코 충분하지 않은)는 시저가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되뇐 문구라고 한다. 시저는 “끝없는 저항심에 관한 음반”이라고 소개했다. 채워지지 않는 갈망을 저항심에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뭔가를 추구하며 가까워질수록 그것이 밖이 아닌 내면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원하는 것을 잘못된 곳에서 찾는 것이 모든 슬픔의 원인이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시저는 이런 자각을 ‘렛 미 고’(Let Me Go) 등 15곡에 풀어냈다. 그는 음반 수록곡 작사·작곡은 물론 연주도 직접 했다.
유니버설뮤직 산하 리퍼블릭 레코드와 2021년 계약한 그는 “멘토들 영향이 컸던 첫 음반과 달리, 신보 작업은 내가 운전대를 잡고 주도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결과물이 만족스러워 “다른 것들이 다 실패하더라도 ‘네버 이너프’ 음반만큼은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데뷔 음반에서 사랑 등 인간관계를 주로 노래했던 시저는 시야를 넓혀 죽음, 시간, 신 등 다양한 재료로 신보를 만들었다. 그는 “내 음악은 푸른색에 초록색과 노란색이 조금씩 섞인 색깔”이라고 했다. 푸른색은 우울과 슬픔을 나타내지만 그 안에서 희미한 희망이 보인다는 게 시저의 설명이다. 시저는 “우리의 인생과도 비슷한 색깔”이라고 덧붙였다.
싱어송라이터 딘, 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와 절친한 사이인 시저는 한국에 얽힌 남다른 추억이 있다. 2018년 첫 내한 당시 일이다. 팬들과 고기를 먹으면서 “랏츠 오브 소주”(lots of soju·너무 많은 소주)를 곁들였다고 한다. 시저는 “무사히 집에 가긴 했는데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는 “K팝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비틀즈가 생각날 정도로 거대한 팬덤을 거느리는 독특한 문화현상”이라며 “한국 팬들과 한국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기쁘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