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인지, 바람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미묘한 소리가 들리면서 순식간에 마을을 휩쓸었습니다. 아직도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질 않아요”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고지대 자연부락에 거주하는 김춘자(64·여) 씨가 마을이 산사태에 휩쓸리는 것을 목격한 것을 다소 흥분한 상태로 설명했다.
김 씨는 지난 15일 새벽 4시께 계속되는 비로 농작물이 걱정돼 일찍 눈을 떴다. 창밖으로 비를 살피던 김 씨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들었다. 당시 김 씨는 그 소리가 새소리와도 비슷하다고 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창밖으로 세찬 바람소리와 함께 옆집이 토사에 휩쓸리는 것을 목격했다.
놀란 김 씨는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남편을 깨우고 마을 주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주민은 전화를 받아 “문이 열리지 않아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며 소리쳤다고 당시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때부터 김 씨는 마을 이장과 119, 경찰 등에 전화를 걸어 마을 상황을 설명하며 신고를 해나갔다.
김 씨는 “마을에 30년을 살며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산사태는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어른들에게 물어보아도 수 백 년 간 없었던 일이라고 했습니다. 엄청난 양의 비가 며칠 간 집중되면서 누적되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고지대 자연부락에는 총 13가구에 18여 명의 주민이 거주 중이다. 이중 주택 3채가 산사태로 매몰돼 7명이 실종됐다가 5명이 사망한 채 발견되고 현재 2명은 실종 상태다. 주로 60~70대 주민들로 새벽 취약시간에 사건이 벌어지면서 미처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예천군 효자면 일대는 그야 말로 아수라장을 연상케 했다. 진입도로와 다리가 끊어지거나, 토사와 흙탕물이 면소재지와 도로로 유입돼 보행과 차량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게다가 하천이 범람하면서 주변 농경지가 침수되는가 하면 무너진 하천 경사면에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주택도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했다.
이외에도 예천군에는 예천읍, 용문면, 감천면, 은풍면에서 물에 휩쓸리거나, 산사태로 주민 7명이 실종되고 4명이 사망했다. 이중 실종자 1명이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예천=권기웅 기자 zebo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