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업계 부실, 날림공사가 화두다. 고급 아파트에서 침수와 누수, 갈라짐이 발생했다. 과거 사례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시공사와 더불어 감리가 표적이 됐다. 감리는 건축설비 또는 공작물이 설계에 맞게 시공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품질이나 안전 관리를 지도·감독하는 행위다.
“실력과 경험 없고 자격만 갖춘 감리나, 나이 들어 아무것도 안 하는 감리가 문제”
익명 네티즌은 부실이 난무하는 이유를 이렇게 꼬집었다. 건설 현장은 여러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때문에 책임 소재도 많다. 감리도 그 중 하나다. 이해관계가 복잡해 책임을 전가하긴 어렵다. 다만 언급된 ‘고령화’는 업계도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다.
감리업계는 점점 늙고 있다. 20일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에 따르면 업계 평균 연령대는 50대 초중반이다.
고령화가 심한 이유는 높은 진입장벽 때문이다. 감리는 역량지수에 따라 4개 등급(초급·중급·고급·특급)으로 구분한다. 역량지수는 4개 지수(자격·학력·경력·교육)를 합산해 구한다. 역량지수가 35점 이상~55점미만이면 ‘초급’ 55점 이상~65점미만 ‘중급’ 65점 이상~75점미만 ‘고급’ 75점 이상이면 ‘특급’이다.
자격 점수는 기능사-산업기사-기사-기술사로 나뉘며 기술사에 가까울수록 높다. 학력 점수도 대졸자냐, 고졸자냐에 따라 차등으로 매긴다. 대학전공자도 자격을 소지하지 않으면 감리를 할 수 없다. 초급 감리로서 사회에 진출하는 연령은 대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알려졌다. 기술사로 갈수록 현장 경력이 요구된다.
또 현장은 숙련자를 선호한다. 둔촌주공 같은 대규모 단지엔 ‘특급’ 기술사를 중심으로 베테랑 기술인을 배정한다. 고령화 이유는 더 있다. 정년이 없다. 소속된 회사 내규로 조절할 순 있어도 자격이 영구적이라 거의 평생직장에 가깝다. 스스로 은퇴하지 않고서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셈이다.
협회 관계자는 “발주자로선 현장 관리감독을 초급 기술인에게 맡기고 싶지 않을 테고 무엇보다 허들이 높아서 젊은 기술인이 진입하기 어렵다”며 “전반적인 건설기피 현상과도 맞물리면서 경력자는 남고 젊은이는 튕겨져 나온다”고 밝혔다.
‘고인물’이 반드시 사고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다만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처럼 부실 감리가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면, 업계가 처한 고령화도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협회도 이 점을 인식하고 수시로 역량 강화 교육을 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솔직히 현장에 고령자가 감리를 보는 건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협회도 이 점을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