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KB금융 차기회장 선임...관전 포인트 3가지

막 오른 KB금융 차기회장 선임...관전 포인트 3가지

윤종규 11월 임기 만료, 회추위 차기 회장 선임 돌입
차기회장, 현직 회장 4연임 또는 세대교체 가능성
당국 개입 여부 촉각, 발언 내놓기 시작한 이복현
선임 과정 개선 속 사외이사 신뢰 확보 문제 과제

기사승인 2023-07-22 06:00:13
쿠키뉴스DB

국민 2명중 1명이 고객인 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9년간 안정적으로 KB금융을 이끌어온 윤종규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종료되는 영향이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후보군 가운데 1명을 9월 8일 차기 회장으로 내정할 계획이다. 

22일 KB금융에 따르면 회추위는 지난 17일과 19일 경영승계절차를 주제로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자격 요건’과 ‘회장 후보 추천 절차 세부 준칙’을 결의했다. 차기 회장 후보군은 총 20명으로 회추위는 일차로 이들을 6명으로 압축하고, 이를 다시 3명으로 추려 차기 회장을 추천할 예정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만료된다.   KB금융

윤 회장의 4연임과 내부 출신 OR 외부 출신  

KB금융은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위해 차기 회장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고 있다. 후보군은 그룹 주요 임원 및 계열사 최고경영자 중에서 뽑힌 내부 후보 10명과 서치펌에서 추천받은 외부 후보 10명으로 구성된다. 후보군은 상하반기 한 번씩 결정되며 이번 차기 회장 후보군에 들어간 20명은 지난 5월 9일 확정됐다. 

내부 후보군에는 윤종규 현 회장은 물론 허인·이동철·양종희 부회장 3인에 그룹 주요계열사 최고경영자인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박정림 KB증권 대표,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후보군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경제부처 장관 등 관료 출신들이 외부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회장이 윤 회장이나 내부 부회장 3인 가운데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 회장의 경우 현직 프리미엄이 있지만 현 정부 들어 당국이 금융그룹 수장들의 장기 집권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또한 윤 회장도 그동안 후계구도를 탄탄히 만들어온 만큼 후배들에게 기회를 양보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3인의 부회장 가운데 허인 부회장으로 평가된다. 허인 부회장은 3인 중 유일하게 KB금융의 주력 자회사인 KB국민은행 은행장을 거쳐 부회장에 오른 인물이다. 여기에 허 부회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1년 후배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강력한 외부 후보가 등장할 경우 외부 출신 차기 회장의 탄생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내부출신인 손태승 전 회장과 이원덕 전 행장을 제치고 외부 관료출신인 임종룡 현 회장이 선임된 바 있다. 농협금융지주도 손병환 전 회장의 연임이 거론되던 상황에서 관료출신 신임 회장이 선임됐다.

왼쪽부터 허인·이동철·양종회 부회장.   KB금융

당국, KB 차기회장 선임 개입 어디까지 

현 정부는 은행 및 은행지주를 공공재로 평가하며, 주인이 없는 회사인 만큼 정부의 경영 개입을 당연한 역할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구두 개입에도 적극적이다. 과거 금융당국 수장들이 민간 기업의 CEO 선임이 진행되던 중에는 최대한 말을 아끼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금융당국은 앞서 타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한 이력이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금융의 회장 선임 과정에서 손태승 당시 회장을 향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연임 포기를 압박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까지 “소송 논의는 부적절하다.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추가 압박에 나선 바 있다. 

이 원장은 KB금융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KB금융 회장 (선임) 절차가 업계에 모범을 쌓는 절차가 됐으면 좋겠다”라면서 “후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들이 합리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부탁과 기대가 있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이달 17일에는 “KB금융이 작년말과 연초에 있었던 여러 지배구조 이슈 위에 처음 이벤트를 맞는 만큼 선도적인 선례를 만들어줬으면 한다”며 “이번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절차적인 측면의 개선 방안을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의 발언은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KB금융 회추위는 과거 선임 과정과 달리 이번 일정을 약 3주 정도 앞당겼다. 후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라는 금감원장의 발언에 따라 일정을 확대한 것이다.

KB금융 내외부에서는 당국의 개입이 절차적 개선을 넘어 차기 회장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관료 출신 지주 회장들의 탄생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이 업계의 모범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

KB금융 회장 선임, 금융권 모범 사례 될 수 있을까

당국의 개입 논란에도 그동안 금융지주의 회장 선임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KB금융이 이 원장의 발언처럼 달라진 선임 과정을 보여줄지 이목이 집중된다. 

일단 KB금융은 이러한 우려에서 벗어나기 위해 회추위 일정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에 회추위 일정을 늘려 검증 기간을 확대했다. KB금융은 8월 8일 1차 후보 6명을 확정하고, 29일에는 6명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 및 심사를 거쳐 후보를 3명으로 압축한다고 밝혔다. 이어 9월 8일 인터뷰를 거쳐 차기 회장을 내정할 계획이다.

외부 후보들에게는 내부 후보 대비 더 많은 인터뷰 시간을 제공하고, 세부적인 평가기준과 KB금융의 내부자료를 충분히 제공해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추천 과정도 개선했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이를 두고 “회추위는 독립성, 공정성, 투명성을 핵심 원칙으로 이번 경영승계 절차를 진행해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차기 회장 선임의 키를 쥐고 있는 사외이사들의 신뢰 확보 문제는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거수기’나 ‘경영진 방패막이’로 불리며 공정성 측면에서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회추위에 외부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여기에 외부 후보 10명이 서치펌의 추천을 통해 결정된다는 점만 밝혔을 뿐 이들이 어떻게 선정됐는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차기 회장 선임의 명확한 평가 기준과 결과 등이 비공개라는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발언이 있었던 만큼 KB금융지주의 차기회장 선임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면서도 “선임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워낙 변수가 많아 일단 진행 상황을 지켜본 후 평가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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