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관리기업의 매각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석훈 회장이 지난해 취임하면서 ‘신속 매각’을 강조한 바 있는데,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이어 KDB생명, HMM까지 연이어 매물로 내놓고 관련 절차에 돌입했다.
산은, HMM 매각절차 본격 개시…인수 금액 5조원 전망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20일 해양진흥공사와 HMM경영권 공동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본격적으로 매각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매각 방식은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지난 4월 HMM 최대주주인 산은과 해진공은 삼성증권·삼일회계법인·법무법인 광장과 함께 매각 자문단을 구성해 컨설팅 절차를 마친 바 있다. 매각 지분은 총 3억9879만156주다.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를 포함한 희석기준 지분율은 약 38.9%다.
이는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구주와 10월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원어치의 영구전환사채(CB)·영구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해 함께 매각하는 방식이다. 2조6800억원 중 나머지 1조6800억원의 영구채는 HMM의 상환권 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HMM 인수 금액으로 약 5조원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에서는 매각 공고 시기와 매각 방법 등에 대해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논의 중”이라며 “각종 부처, 매각 주관사들과 협의해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업계에서는 SM그룹을 포함한 6개 기업이 HMM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SM그룹은 HMM 인수 의지를 명확히 내비쳤다. 다만 영구채를 주식으로 바꿀 경우 입찰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 인수가로 4조5000억원이 적정하다”고 말했다.
‘아픈 손가락’ KDB생명도 매각 추진…실적개선·무상감자로 ‘몸값 낮추기’
그간 산업은행은 관리기업들에 대한 매각에 ‘속도’보단 ‘시기’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강석훈 회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산업은행의 관리기업 기조는 ‘속도’로 변화했다. 실제로 강석훈 회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이 기업을 가지고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가능하다면 바로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HMM매각 뿐 아니라 KDB생명 매각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KDB생명은 지난 2014년부터 네 차례 매각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된 산업은행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KDB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232억원에서 2022년 481억원으로 두배 이상 뛰었다. 올해는 1분기에만 377억원의 순익을 달성하며 실적까지 개선되는 등 KDB생명의 매물로서의 매력이 높아진 셈이다.
여기에 KDB생명이 지난달 8일에는 주주총회를 열고 보통주 75%에 대한 무상감자 안건을 의결했다. 무상감자는 자본금을 줄이되 주주에게는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산은 변하지 않는다. 이는 매각가 결정에 큰 영향을 주는 자본금이 줄어 몸값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KDB생명의 자본금은 4743억원에서 1186억원으로 대폭 줄어들게 됐다. 이에 따라 KDB생명의 몸값은 기존 4000억원대에서 2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관측이다.
강석훈 회장은 KDB생명의 매각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KDB생명의) 매수희망자가 여럿”이라며 “올해 들어 KDB산업은행의 운용자산수익률이 높아지고 매물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모펀드(PE)와 자산운용사들이 인수 의향을 밝힌데 이어, 일부 금융지주들도 참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매각 가능성이 한 층 높아진 상태다.
하나 둘 나오는 성과…남은 과제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강석훈 회장 체제에서 이미 매각이 끝난 곳이 있다. 약 22년간 산업은행의 품 안에 있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다. 1999년 외환 위기로 인해 해체된 대우그룹의 대우조선해양은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으로 바뀌면서 관리기업으로 들어갔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시도는 몇 차례 있었다. 우선 지난 2008년에 매각을 시도했다. 당시 두산, 포스코, 한화, 현대중공업, GS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고, 납부 방식을 두고 산업은행과 조율이 틀어지면서 매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2018년 매각이 재추진됐는데, EU에서 반대하면서 재차 틀어졌다.
본 매각은 2022년에 성립됐다. 한화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을 거쳐,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3%를 취득하며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게 됐다.
현재 산업은행의 남은 주요 과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다. 지난 2020년 11월부터 약 3년간 진행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승인만이 남은 상황인데, 미국과 EU의 부정적 견해로 인해 합병 심사가 길어지면서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이에 대해 강석훈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무산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은 현재 신고 대상 13개국 중 10개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끝났고 미국, EU, 일본의 결정만 남은 상황으로 이르면 올해 3분기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진칼 지분 처분 계획을 포함해 무산 시 플랜B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