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아봤냐” “결혼은 방학 때”… 교권 침해, 교사 99%가 당했다

“애 낳아봤냐” “결혼은 방학 때”… 교권 침해, 교사 99%가 당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2390명 대상 설문

기사승인 2023-07-25 15:08:16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추모 메시지를 작성하며 애도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초등학교 교사 99%가 교직 생활 중 교권 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5일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은 지난 21∼24일 전국 초등교사 23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교권 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99.2%인 2370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교권 침해 유형으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49.0%)이 가장 많았다.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불응·무시·반항’(44.3%)이 다음을 차지했다. ‘학부모의 폭언·폭행’(40.6%), ‘학생의 폭언·폭행’(34.6%) 등이 뒤를 이었다.

초등교사노조가 밝힌 교권 침해 사례에는 교사의 인격을 모독하는 학부모 폭언이 다수 포함됐다. 한 교사는 학부모 상담일에 여러 명에게 “올해 결혼할 계획이 있나, 혹시 계획이 있다면 학기 중에는 수업 결손이 생기니까 방학 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한 학부모는 본인의 자녀가 따돌림을 당했다고 항의하면서 학교로 찾아와 교사에게 “애는 낳아봤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가하는 인권 침해 사례도 있었다. 다른 친구를 가위로 찌르려는 학생을 교사가 저지하자 본인만 제지한다고 분노하면서 교사에게 여러 차례 주먹질했다는 사례도 접수됐다. 학생이 교사에게 “공무원이 나랏돈 받고 뭐 하는 거냐, 자격이 있냐, 여기 있는 이유가 뭐냐” 등의 막말을 욕과 함께 퍼붓기도 했다. 학생이 교사를 몰래 촬영해 단체채팅방에 공유하고 성희롱을 일삼은 사건도 있었다.

정수경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그동안 교사들은 각종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 아동학대 위협을 맨몸으로 감당하며 무력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며 “교육활동뿐 아니라 교사도 보호해 교육이 바로 설 수 있게 해 달라”고 밝혔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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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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