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신림동 번화가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을 벌인 조모(33)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또래 남성에 대해 열등감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연합뉴스와 서울 관악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조씨는 경찰조사에서 “남들보다 키가 작아 열등감이 있었다” “오랫동안 나보다 신체적·경제적 조건이 나은 또래 남성들에게 열등감을 느껴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가 휘두른 흉기에 다치거나 숨진 피해자 4명은 모두 2030대 남성이다. 조씨는 경찰에 “피해자 성별을 가리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조씨가 이같은 열등감 때문에 2030대 또래 남성을 표적 삼아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인천의 이모 집과 서울 금천구 독산동 할머니 집을 오가며 생활했다.
또한 경찰은 조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하고 공격 대상을 정해둔 계획 범죄로 보고 있다. 조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조씨는 범행 전날인 지난 20일 오후 5시쯤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 또 인천 집에 있던 컴퓨터 본체를 망치로 부수기도 했다. 경찰은 찌그러진 본체와 망치를 확보, 현재 경찰청에서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씨 역시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다고 인정했다. 조씨는 경찰에서 “당일 인천 집을 나설 때부터 범행을 염두에 뒀다.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보려고 독산동 집에 들렀는데 하필 그때 ‘왜 그렇게 사냐’고 말을 해서 더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당시 할머니는 조씨가 일을 하지 않는 점을 꾸짖었다고 한다. 조씨는 할머니 집을 나와 흉기 2개를 훔친 뒤 택시를 타고 신림동에 가서 흉기난동을 벌였다.
경찰은 조씨의 범행 동기와 배경을 규명하기 위해 이날 오후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진행하려 했지만, 조씨가 “오늘은 감정이 복잡하다”며 검사를 거부해 진행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날 조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를 재시도할 방침이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