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전직 법무부 장관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하게 충돌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 구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 재판, 양평 고속도로 게이트 등을 놓고 고성을 지르며 날선 설전을 주고받았다.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박 의원은 최은순씨에 대한 판결문을 읽으며 질의응답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은 한 장관을 향해 “왜 엷은 미소를 띄우고 있느냐”고 공격하자 한 장관은 “제 표정까지 관리하는 것이냐”고 맞받아쳤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법정 구속과 관련해 “금융 기관에 약 350억원 가량의 거액이 예치돼 있는 것처럼 잔고증명서 4장을 위조하고, 도천동 부동산의 1차 계약금 반환을 구하는 민사소송 과정에서 관련 소송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며 “범행 규모, 횟수, 동기 등의 측면에서 피고인의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크며 죄질도 불량하다. 이 양형 이유에 대해서 법무부 장관 알고 있냐”고 꼬집었다.
한 장관은 “사법시스템에 따라 진행된 사안이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민주당처럼 이화영 전 지사의 진술을 번복하기 위해 사법시스템에 개입하려는 시도는 재판 내내 없었다”고 응수했다.
이에 박 의원은 “동문서답하지 말라. 최씨를 물었는데 이씨로 대답한다”며 “무겁게, 법무부 장관답게 (답변을) 하라”고 질타했다. 한 장관이 “소리 지르지 마시고요”라고 받아치자 박 의원은 “가볍기가 깃털 같다”고 질타했다. 한 장관이 거듭 “훈계 들으러 온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하자, 박 의원은 “훈계가 아니다. 개인 박범계가 아니잖나”라고 목소리 높였다.
양측은 양평 고속도로 사업 중단을 놓고도 맞붙었다. 박 의원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사업 백지화를 한 것이 충격요법이라고 했는데, 오히려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며 “윤석열 정권의 법무부 장관으로 정권 보위차원에서도 이 고속도로 게이트를 어떻게 생각하냐. 원 장관과 국토부의 설명이 납득이 가냐”고 했다.
한 장관은 이에 대해 “박 의원님 집 앞에 갑자기 고속도로가 생긴다고 하면 수사해야 하냐”고 반문하며 “어떤 압력을 가했다는 제보나 양심선언이든 이런 비슷한 정도의 어떤 단서라도 있어야 보통 수사를 하지 않냐”고 했다.
김건희 여사의 처가가 양평 고속도로 종점지 변경으로 수백억원대 이익을 취하고, 이를 용인한 여주지청 담당자가 승진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과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건 느낌으로 말하면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 장관을 겨냥한 민주당 의원들의 십자포화는 이어졌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특수활동비 논란에 대해 “똑같이 범죄를 다루는 경찰청도 특활비 집행 지침서를 공개했다”며 “검찰만 용가리 통뼈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 장관이 “지침 공개에 관해서는 지난 정부 아래서도 명시적으로 옆에 있는 박범계 장관을 포함해 거부했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모든 부처 장관은 문재인 합창단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 등을 띄우며 즉각 엄호에 나섰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표 최측근이 이 전 부지사를 찾아가 ‘당에서 최대한 돕겠다’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민주당 의원 7명이 특별 면회를 했다”고 했다. 이에 한 장관은 “관련자의 구체적 진술이 보도됐다고 해서 그 내용을 번복하기 위해 공당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이런 전례를 본 적도 없다”고 짚었다.
아울러 유 의원이 “검찰이 허위진술을 회유하고 압박했다고 한다”고 하자 한 장관은 “이 전 부지사가 국회의원까지 지냈다. 이분을 회유하고 압박할 정도로 간 큰 검사가 있겠는가. 다 꼬투리 잡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 비슷한 행동을 했다면 민주당이 밖에다가 별 이야기를 다 하는데 그 이야기를 안했겠느냐”고 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