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을 위기에 빠뜨렸던 무속·풍속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풍수지리학자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가 관저를 다녀갔다는 정황이 드러난 탓이다.
앞서 지난 2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대통령 관저 이전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관저 이전에 개입한 인물이 역술인 ‘천공’이 아닌 백 교수라고 밝혔다. 지난 2월3일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본인 저서 ‘권력과 안보’를 통해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사실이 아니라며, 부 전 대변인과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2곳의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며 대응에 나섰다.
윤 대통령을 향한 무속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2021년 10월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5차 방송토론회에서 왼쪽 손바닥이 노출면서 구설에 올랐다. 주술 손바닥에는 왕을 의미하는 한자 왕(王)자가 포착됐다. 3·4차 TV토론회에도 왕자가 적힌 윤 후보의 손바닥 사진이 연이어 올라오면서, 논란은 확산했다. 일부 네티즌은 윤 후보가 토론회에 앞서 무속인을 주기적으로 만나는 것이란 주장을 폈다.
거듭되는 무속인 논란에 대한 정치권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천공 의혹으로 공세를 취했던 민주당은 전략을 바꿔 공격에 나섰다. 국가 의사결정 과정에 외부인이 개입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YTN 라디오에서 “역술인 그리고 허락받지 않는 민간인이 국가 의사결정에 참가한 것이 문제”라며 “개인적으로 사주팔자를 보든 풍수지리를 보든 그것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은데, 국가 운영에 역술인이 참여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밝혔다.
비윤석열계도 힘을 실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풍수를 믿는지 관상을 믿는지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공적인 판단을 하는데 풍수나 관상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은 야권이 제기했던 ‘천공 의혹’이 가짜뉴스였다는 점을 부각하며 엄호에 나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부부 역시 백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며 역공을 펼쳤다.
실제 역술인인 천공과 달리 백 교수는 풍수지리학 석·박사이자 교육학 박사 과정을 수료한 해당 분야 전문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직접 찾아와 인터뷰한 것은 물론 국내 여러 언론에 꾸준히 풍수지리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풍수지리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노무현 정부 때 세종시 선정 때와 무엇이 다른가”라며 “내가 하면 전통지리학이고 남이 하면 무속인이라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냐”라고 비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문재인 정부를 거론했다. 김 의원은 같은 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 무속 프레임을 거는데, 역대 정권 중 풍수지리에 관심을 안 보인 정권은 없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관련 후보지 선정에도 풍수지리를 활용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