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부산엑스포 유치의 최대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의 대표 홍보 문구까지 표절하며 견제에 나섰다. 사우디가 유치전에 매우 급박해졌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사우디의 리야드엑스포유치위원회는 지난 26일 공식 유튜브에 ‘Riyadh, ready to welcome the world in Expo 2030’라는 제목의 홍보 영상을 게재했다. 홍보 영상에는 ‘리야드는 오늘 준비가 됐다(Riyadh is ready today)’는 메시지가 담겼다. 이는 2030부산엑스포 유치 염원을 담은 한국의 ‘Busan is ready(부산 이즈 레디)’ 캐치프레이즈와 매우 유사하다.
‘부산 이즈 레디’는 지난 4월 국제박람회기구(BIE)가 개최 예정지인 부산을 실사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 대통령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와 부산시가 준비해 만든 구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파리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서 영어 연설을 마무리하며 해당 문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부산엑스포 키링’에도 부산을 상징하는 파도 그림에 ‘BUSAN IS READY’ 문구가 담겼다.
사우디의 이같은 행보 저변에는 유치전을 향한 초조한 심경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1년가량 유치전에 먼저 나서면서 한국보다 우위에 섰다고 자체 판단했지만, 최근 들어 한국이 거의 따라 잡았거나 역전됐다는 국제 여론에 매우 당황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사우디를 지지하던 국가들이 지지 철회 움직임도 불안요소 중 하나다. 한 엑스포 유치위 관계자는 “사우디를 지지한 국가들은 대다수 한국이 유치활동을 본격적으로 개시하기 전, 지지 표명을 한 상태”라며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국가간 경제협력을 맺는데 사우디보다 한국이 절박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사우디 지지를 번복하거나 철회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경험 없는 사우디의 일시적인 자본투자를 받기보다는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경험과 노하우, 축적된 기술을 갖고 있는 한국을 선호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재 2030년 엑스포 유치전은 부산 외에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의 3파전으로 좁혀졌다. 이 중 리야드가 부산의 최대 경쟁도시로 꼽힌다. 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11월 말 BIE 정기총회에서 179개 회원국의 투표로 결정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