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약 2주간의 휴지기에 돌입했지만, 정치권 시계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특히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둘러싼 공방이 첨예한 상황이다. 야당은 ‘송곳 청문회’를 예고하며 벼르고 있고, 여당은 ‘결정적 한 방’이 없다며 엄호에 나섰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동관 후보 지명에 대해 민주당과 민노총 언론노조가 방송장악, 언론통제 운운하며 강하게 반발한다”며 “사돈남말 정당이 사돈 남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도 끌어올렸다. 박 정책위의장은 “방송장악은 문재인 정권에서 자행된 것”이라며 “방송 장악 문건을 만들고 KBS 고대영 전 사장을 몰아내고, MBC 김장겸 전 사장을 내쫓고, 방송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방송 농단을 자행한 장본인들이 방송 장악을 운운하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질타했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대비에도 힘쓰며 만전을 기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오는 20일 이전에는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하며, 소관 상임위원을 교체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에서 물러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은 과방위로 자리를 옮겼다.
민주당은 이 후보 지명 철회를 촉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아무리 반대해도 정권의 오만한 인사 폭주가 멈추지 않는다”라며 “적재적소라는 인사원칙은 실종됐다. 상식과 원칙, 그리고 민심에 어긋난 결정이 넘쳐나고 있다”라고 직격했다.
송기헌 원내 정무수석부대표도 가세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철저한 청문을 통해 이 후보자가 부적격자임을 국민들에게 말씀드리겠다”며 “청문회를 보이콧하겠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청문회를 통해 (이 후보자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날 오후 이 후보자 청문요청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간사는 청문회 일정과 증인 채택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임명동의안 제출 후 20일 안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하는 만큼, 이번 달 중순 청문회가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자료 제출과 증인 채택을 놓고 긴 신경전이 예상된다.
국회가 향후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해야 할 이 후보자의 의혹은 2가지로 나뉜다. 자녀의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폭력 무마 의혹과 MB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재직 당시 언론장악 의혹이다.
이 후보자 아들의 하나고등학교 학교폭력 의혹은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에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8년 만에 재조명됐다. 당시 피해를 주장했던 학생들이 지난 2012년 작성했던 진술서에는 이 후보자 아들이 “침대에 눕혀서 밟거나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책상에 머리를 300번 부딪히게 하는 등 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8일 입장문을 내고 아들의 학폭 의혹을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둘 사이 상호 간 물리적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일방적 가해가 아니었으며 이후 사과와 화해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MB정부 당시 언론탄압에 앞장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0일 한국기자협회가 현직 기자 147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0%가 이 후보자의 방통위원장 임명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로는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탄압에 앞장선 인물’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청문회 여부나 결과와 상관없이 윤 대통령이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발탁된 전임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나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이 일례다. 당시 야당의 반발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인사청문회법 3항은 20일 내에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을 경우, 대통령이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송부 요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4항에서는 해당 기간 내에도 송부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도록 명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