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교권 보호 방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교사 면담 예약제’ ‘대기실 CCTV 설치’ 등을 시범 도입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정책 발표는 쓰러진 교원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각오를 담았다. 교사가 가르치면서 쓰러져 가는 현실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먼저 시교육청은 학부모 민원에 대한 교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면담 사전 예약 시스템’을 내달부터 시범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그간 교사들은 학교 민원창구를 일원화해달라고 촉구해왔다. 교사와의 전화 통화나 면담을 원하는 학부모는 ‘서울학교안전 앱’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 일반적인 민원은 챗봇을 활용해 응대한다.
‘민원인 대기실’도 시범 운영한다. 학교에 방문하는 민원인이 대기실을 이용하도록 해 학교 출입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원하는 학교에는 민원인 대기실에 지능형 영상감시시스템을 설치해 예측하지 못한 위험 상황 발생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또 악성 민원에 대비해 학교에서 쓰던 업무용 전화기도 녹음이 가능한 제품으로 교체한다.
교원 공적보험인 ‘교원안심공제’의 소송 지원도 강화한다. 교원지위법 제15조에 의해 ‘교육활동 침해 피해교원’으로 인정받은 때에만 소송비로 지원하던 것을 ‘교육활동으로 소송 중인 교원’으로 지원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교육활동 침해를 당한 교원이 법적 대응을 할 때 필요한 소송비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아 ‘교육활동보호조례’ 제정을 추진한다.
또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된 경우 수사 단계부터 교육청에서 변호인 선임비를 선제적으로 지원한다. 아울러 별도의 학교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없이 사안 처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면 소송비 지원이 가능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한다. 교원들이 학부모 등과 법적 분쟁으로 가기 전 조정해주는 ‘분쟁 조정 서비스’도 강화한다.
시교육청은 △교원지위법(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아동학대처벌법(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초중등교육법 등 법 개정도 국회에 요청한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시달리는 교원에 면책권을 부여하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요청했다. 또 교원지위법에는 교권을 침해한 학생과 교사를 즉시 분리할 수 있도록 개정을 요구했다. 초중등교육법에는 다른 학습권을 침해한 학생에 대해 학교장이 ‘출석정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전문 상담 및 치료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번 달 발표될 교육부의 학생 생활지도 법령 관련 고시안을 토대로 학생들의 생활 규정 예시안을 마련하기 위한 TF팀을 구성, 학교 현장에 적합한 학생 생활 규정 가이드라인을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마음건강 전문가가 학교에 방문하는 사업을 현행 4개 거점 병원에서 11개로 확대하고, 초등학교 전문 상담 인력도 확대 배치할 계획이다.
조 교육감은 “이날 정책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해 발표했다”며 “학교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며 “학습지도, 생활지도, 학부모 소통, 학교 업무 등에 대하여 현장 교사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교원이 필요로 하는 대책은 즉각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